대학교에서 외국문학강독 수업 때 마지막으로 접했던 소설인데 제대로 읽지 못해서 다시 집중해서 읽고 있다..
대를 이어 진행되는 한 가문의 역사적 이야기 속에서 근대 이전의 신화와 이후의 과학이 경계를 넘나들며 신비롭게 연결되고, 정치적 혁명과 사랑에 대한 열망이 엎치락뒤치락 오가며 생기 넘치게 펼쳐진다. 이 모든 요소들을 한데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는 `열정`이 아닌가 싶다. 이 열정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그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실패와 좌절을 낳기도 한다. 신화와 과학, 정치와 사랑에 대한 열정은 뜨겁게 생을 불타오르게 하나 그 짧은 순간이 지나면 어느덧 인간에게 찾아오는 것은 긴 고독과의 사투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과연 이렇게 열정이 불타오르는 삶을 살고 있는가?`,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무엇보다 미친 듯이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장구한 이야기의 전개 속에서 이런 거대한 성찰적 문제의식을 담아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마르케스가 이룩한 `마술적 리얼리즘`은 역사 없는 개인들의 감수성만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학양식에 강력하게 대항할 수 있는 대안적 거대 서사로서 그 의의를 둘 수 있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