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사상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현실 사회주의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인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체험담을 읽는 데에는 소홀하기 그지없었다. 쿠바에서 사회주의 공화국을 건설한 두 혁명영웅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쿠바라는 땅을 오랫동안 일구어온 인민들의 땀과 눈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이 책은 나의 이러한 무지를 종합적으로 깨닫게 해준 쿠바에 대한 인문교양 에세이 책이다.
이 책은 영화감독이자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쿠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직접 여행을 하면서 써내려간 에세이이다. 저자는 여행을 하면서 만나게 된 몇몇 주요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에 얽힌 쿠바 문화의 내막을 현실적으로 전달해준다. 때로는 지나치게 신화화되고 낭만화되었던 쿠바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쿠바 인민들의 언급이 드러나기도 하며, 저자 역시 여행의 깊은 단계에 접어들면서 쿠바에서의 녹록치 않은 삶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쿠바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여행의 말미에 이르기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또한 체 게바라와 피델 카스트로를 중심으로 쿠바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는 데에도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쿠바의 외양적인 모습을 낭만적으로 묘사한 숱한 여행 에세이 책과는 다른 인문학적 깊이를 이 책은 (그 자신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상당히 탄탄한 내공을 가지고 국제정치적 맥락 속에서 찬란하게 활약한 체 게바라 및 피델 카스트로의 삶과 사상, 통치 전략에 대해 흡입력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제국주의적인 미국의 통치 전략에 맞서서 사회주의 공화국 쿠바의 지도자들은 어떤 정치를 보여줬는지가 탁월하게 서술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쿠바를 거울삼아 한국의 현실을 성찰한다. 그는 한국에 만연한 자본주의적 의식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경제성장으로 부국을 이룩하였지만 엄청난 착취와 빈부격차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에 대해 묘사한다. 쿠바는 가난하지만 평등한 세상을 이루었고 지금도 그것을 꿈꾸면서 행복을 찾아간다. 물론 쿠바 내에서도 열악한 현실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 등 여러 가지 억압적인 상황들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쿠바의 미래는 그리 암울해보이지 않는다.
“고통과 고난에 휘둘리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우리의 선택이야말로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진정한 자유란 말이지. 그런 자유야말로 우리가 혁명을 지키고 또 우리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네.” 저자가 만난 한 쿠바 인민의 말이다. 저자는 이 말에 대해 이러한 단서를 단다. “쿠바인들에게 쿠바혁명은 외세가 심은 이념이 아닌,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일궈낸 사회이자 문화이자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특별 시기’(고난의 시기)를 이겨낸 쿠바의 저력은 바로 쿠바 인민들의 자유였다.” 쿠바의 현실과 꿈, 낭만과 자유 모두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