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달이 밝은 밤 개를 산책하다 우연히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민댕이(개) 그림자는 이렇게 생겼구나! 존재하고 있는 그림자를 자주 만날 수 없어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느낌이다. 어쩌면 일상에 함께 존재 했을 시간들조차 인식하지 않아 내 기억속에 자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민댕이 그림자는 민댕이를 닮아서 두귀가 쫑긋하다. 옆으로 몸을 돌리니 쪼그라져 민댕이 같기도 하고 형체가 불분명해 그림자로는 누구인지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림자가 눈에 들어온 건 며칠전 '미루와 그림자' 그림책을 받고 부터이다.
어둠이 오기전 노을이 지고 있는 표지 그림속 벤치에 앉은 그림자와 미루 모습은 어른과 아이의 뒷모습이다. 앞, 뒤 면지는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맑은 날의 하늘색으로 밝은 느낌이다.
어느 날 미루는 길을 떠나 한참을 걷다 주인을 잃어버린 그림자를 만난다. 주인을 잃어버려 찌그러져 버린 그림자는 주인한테 떨어진 뒤론 모양이 자유롭게 변해 배고픈 미루를 위해 사과를 따줄 수 있기도 하다. 둘은 함께 걸으며 그림자 마을에서 사람을 흉내내는 주인 잃은 그림자들을 만난다. 그들을 보며 그림자는 주인을 찾으려는 결심을 굳건히 하고 길을 떠나 큰 광장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오히려 그림자가 없는 사람들로 그림자를 보고는 끔찍 하다며 비웃고 냉소한다. 그림자의 주인조차 가위로 그림자의 팔을 자르려고 한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주인을 만나고 슬픔에 빠진 그림자를 위해 미루는 친구가 되어주기로 한다. 그림자는 떠나올 때부터 그림자가 없었던 미루에게 꼭 맞는 그림자가 되어 달빛이 반짝이는 세상속으로 함께 걸어간다.
작가의 말을 보며 그림자는 우리들 마음속의 '어둠'을 표현하며 잘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 실려 있음을 알았다.
그림책 덕분에 만난 달밤의 그림자와 한여름 햇살 아래 그림자가 사랑스럽다. 나를 닮은 듯, 나를 닮지 않은 그림자. 끌어안듯 애정을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