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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수아의 자의식은 문장 너머의 것을 보려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 꼼꼼히 챙겨읽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렴풋한 기억에 의하면 배수아의 초기 문장은 문체라기보다는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배수아의 문체라고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배수아는 더이상 후기자본주의의 온갖 문화적 도상들을 경유할 필요 없이, M이라는 인물과 언어(모국어나 외국어가 아닌), 그리고 음악을 통해 자신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매우 비역사적인 방식인 만큼 공소하기도 쉬운 태도이지만, 한편으로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같은 작품에서와 같은 시선이 그것과 병행된다면(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배수아의 '본격적인'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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