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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
  • 22,500원 (10%1,250)
  • 2021-12-31
  • : 461
그림책 학교에서 진행된 비올레타 로피스 작가의 워크샵에서 처음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줌으로 이루어진 만남에서 그녀는 일러스트 작업을 제안받고, 책을 완성하기까지 무려 7년의 세월이 걸렸다며 그간의 작업노트를 공개했다. 


비올레타 로피스의 작업노트 속에서, 이야기의 주인공인 쥐와 고양이, 그리고 여러 인물이 때론 단순한 선으로, 때론 감각적인 색감이 돋보이는 페인팅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그림이 글 너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완성된 책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극에 달할 때쯤 ‘오후의 소묘’에서 비올레타 로피스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생겨난 일>, 책의 제목만 보면 비극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첫 번째는, 도대체 왜 쥐는 천적인 고양이와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두 번째는, 만약 예상을 뒤집고 이야기의 끝이 비극이 아니라면, 도대체 쥐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 번째 궁금증은 이 책의 ‘글’이 해소한다. ‘잘난 체하는 쥐’에 대한 스페인 설화는 집을 마련하고 독립에 성공한 쥐가 결혼 상대를 신중하게 고르는 이야기로 변모해 극을 이끌어 간다. 

두 번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다면 ‘글’이 마무리되고 나서도 이어지는 ‘그림’을 유심히 보아야 한다. 비올레타 로피스가 7년을 고심해서 완성해낸 그림 속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성실하고 깔끔하고 신중한’ 쥐가 꿈꾸었을 미래가 담겨 있다. 그것은 21세기를 사는 씩씩하고 당당한 여성들의 자화상이자,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현재이기도 하다.


이 책의 그림들은 비올레타 로피스 작가가 ‘작업노트’에도 언급한 것처럼 처음 보면 다소 어리둥절하거나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왜 다른 그림책처럼,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 거지?’라며 불편하고 낯선 감정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낯섦’이 이 책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설다’를 다르게 표현한다면 ‘새롭다’라고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칠 때마다 느껴지는 이야기의 신선함은 비올레타 로피스의 은유적인 그림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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