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thinkntalk
  • 극야행
  • 가쿠하타 유스케
  • 13,950원 (10%770)
  • 2019-02-08
  • : 128

극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 극야행을 읽으며, 참 궁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독서시간이었다.

 

<1. 궁금하다>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무엇이든 판단하기 마련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보통 글을 쓴 사람이 궁금해지기 마련인데, 난생처음 이 사람 주변 인물들이 정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첫째. 아기 낳고 낳은 직후에 넉달간 극지방으로 사전 정비 여행 감. (갓 태어난 아기는 누가 보나요...? 부자가 아니라 일반 사람이라는 가정 하에 아기를 누군가 양육하면 누군가는 일을 해야할텐데... 부자인가 보다... 협찬 받아서 가는 건가 했는데 협찬 안 받고 자기가 벌어서 갔다 한다. 솔직히 등반가들, 탐험가들 보다 그들의 부인들이 나는 제일 대단한 것 같다;;;;;;)


둘째. 말 그대로 여행 내내 개고생하며 썰매 끌고 블리자드를 헤치며 삶과 죽음을 넘나든 썰매견 우야미릭크는 그래서 그 이후에 어떻게 됐나요? ㅠㅠ?? 나는 애견인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애묘인인데 정말 마음이 아팠다...ㅠㅠ (사실 글 내용 중 1/4은 개 이야기, 1/4는 날씨 이야기, 1/4는 자기 상상 이야기, 1/4는 자기 걱정근심이다 ㅋㅋㅋㅋ 생존의 극한 상황에서 사실 무슨 생각을 하랴? 지구 평화 환경 보호는 아닐 것이다 ㅎㅎㅎ)


나는 걷는다의 베르나르 올리비에 할배는 60넘어 부인도 사별하고 자식들 모두 장성하고 삶의 마지막 꿈을 이루기 위해 실크로드를 횡단했다면, 극야행의 이 분은 30말 40초, 본인이 생각하는 마지막 남은 젊음을 불태우기 위해 극야행을 선택했는데... 무엇보다도 부인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죽음을 각오해야하는 여행을 삶의 중요한 순간에 저렇게 장기간 여행을 보내주다니. 우와~;; 탐험가고 논픽션 작가로서 본업을 위해 일하러 갔다고도 볼 수 있지만 역시나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는 못 할 듯..


셋째. 현지 사는 이누이트 족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도 사실 좀 궁금했다. 극야는 말 그대로 그분들에겐 생활인데 이걸 체험해보겠다고 굳이 지구 반대편에서 돈 들여가며 오는 외국인...? 삼복더위에 더위 체험하러 치맥축제 오는 외국인을 보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호주에 지구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울룰루는 전세계 여행자들이 그거 보러 가서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정작 원주민들은 신성하게 여기며 올라가지 않는다고 한다. 굳이...? 이런 느낌이겠지?

이렇게 보면 나의 평범한 일상도 누군가에겐 여행과 탐험의 대상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또 전해져 온다... 흐음...

<2. 신기하다>


여행은 장소를 여행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분의 이야기를 읽으니 어떤 시점을 여행하는 것도 여행이구나! 하는 놀라움이 있었다. 극야 체험을 위해 같은 장소를 4년간 사전답사 여행을 통해 물자도 미리 비축해놓고 여러 번 방문해서 지리도 익혀놓는다!


깜깜한 시즌 체험을 위해서 같은 장소를 여러번 간다니... 이런 여행도 있구나... 근데 오로라 구경이나 불꽃축제보러 가는 여행도 있으니 불 대신 암흑을 보러 가는 여행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


글쓴이의 여행 시작점이자 종착점, 마지막 보급지인 이누이트 족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가 페이스북 유저라고 한다. 이 좋은 걸 왜 안쓰냐고 막 그럼ㅋㅋㅋㅋㅋ 날씨 예보는 역사와 전통의 예측과 예감이 아니라 인터넷 일기예보가 최고!


한국 신라면은 일본 오지여행가에게도 필수품인가보다. 저장품 목록중에 신라면이 있었닼ㅋㅋㅋ(물론 나는 신라면보다 진라면매운맛 파라서 설득력은 없지만서도...)


극지방 탐험여행을 가면 어떤 느낌일까,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무엇을 사가고 무엇을 먹나 궁금했는데 자세하게 묘사해줘서 참 재미있었고, 부인이 뻔히 볼꺼 알면서 술집 아가씨한테 오랜기간 돈 주고 호구잡힌 이야기를 책에 쓴 작가도 참 신기했다(책 읽는 독자는 재밌게 읽었습니다만ㅋㅋㅋㅋㅋㅋ 정말 써도 되는거 맞나요?ㅋㅋ)


대항해시대 게임을 엄청 즐겁게 한 1인으로서 육분의가 나와서 넘나 반갑고 신기했고(대항해시대2 라파엘 버젼에서 가장 처음 얻는 소듕한 아이템♡), 그렇게 소중한 것을 잘 때 꼭 껴안고 자지 않고 썰매에 묶어놨다가 여행 시작하자마자 잃어버리는 것도 신기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


<3. 생각하게 만든다>


글쓴이는 여행 중에 극야행을 떠난 이전의 탐험가들이 쓴 기록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동상걸려 발가락 자르고 조난 당해 사망한 탐험가의 이야기도 있고, 소빙하시대를 맞아 극한의 기아로 아이들을 죽이고 살아남아 결국 자살한 부부 이야기도 나오는데 세상엔 정말 백만가지의 삶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무엇을 찾아 영하의 오지로 오고 누군가는 그 땅에서 기아로 생존을 위해 가족을 죽이기도 하고 가족을 먹기도 하고... 에베레스트 등산을 하는 것도 파리의 에펠탑을 보러 가는 것도 냉정하게는 나의 즐거움을 충족 시키기 위한 것인데 누군가는 이런 것이 즐겁고, 누군가는 저런 것이 즐겁구나.

어린이들보다 어른인 내가 더 감명받은 동화, <내가 라면을 먹을 때>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생생한 느낌으로 글을 써서 마치 나도 함께 극지방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찜통같은 더위에 짜증날 때, 일상이 무료할 때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여행의 본질은 호기심, 일상을 벗어난 즐거움이고, 여행을 싫어하는 누군가가 보기엔 그야말로 사서 고생하기(내 돈 내고 고생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즐거움을 위해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나서는구나. ㅎㅎㅎ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