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플라뇌르의 서재
  •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 장마음
  • 13,500원 (10%750)
  • 2022-06-10
  • : 101

포토 에세이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의 제목을 보자마자 나와 결이 비슷한 책을 만난 것 같아 퍽 반가웠다. 혼자 있는 건 싫은데 혼자 있고 싶은 이상한 마음, 말장난같지만 그런 적이 많았다. 사람이 그리워 꾸역꾸역 약속을 잡았으면서 약속이 취소되면 그게 반가웠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었다.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은' 마음. 내가 무심히 흘려보냈던 것들을 작가는 아주 작은 먼지 같아도 섬세하게 잡아 문장에 담았다. 'I'와 'E'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또 그런 친구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포토 에세이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를 소개한다 :)



절대 쓰지 못하게 된 단어가 있어. 다른 이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오면 가슴이 철렁해지는. 그리고 그 말을 내뱉은 사람마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되고마는. 해가 바뀌면 다시 1월 1일부터 시작하기에 매년 꼭 슬퍼져야 하는 날짜가 있어. 그 사람과 같은 이름을 우연찮게 기사에서 발견하면 그저 그 글자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찰 때가 있어.


시간이 지나도 아직도 그날에 사는 사람들이 있어. 누구는 과하게 의연하려 하고 누구는 또 살짝만 건드려도 날이 서는 날. 버티고 있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넘어가지 않는 날짜 속에 살아.

p.24



무언가에 미쳐 있던 때가 그립다. 마음을 쏟느라 하루를 주어도 아깝지 않았던 때. 정신을 차려보면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내려오는 눈꺼풀을 억지로 뜨려고 노력하면서 쏟아지는 잠이 야속하다고 느끼던 때가. 그렇게 살짝 눈을 붙였다가 다시 일어났을 때 피곤하다 느낄 새도 없이 다시 마음을 쏟으러 몸을 일으키던 때가.

p.26



나에게도 절대 쓰지 못하게 된 단어가 있다. 절대 가지 못하게 된 장소도, 매년 꼭 슬퍼져야 하는 날짜도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나 아픔에 익숙해졌지만 결코 잊히지는 않는 것들. 무언가에 미쳐 있던 때도 있었다. 마음을 쏟느라 아무것도 아깝지 않았던 때와 쏟아지는 잠이 야속하던 때가. 



관계에 치여 사람 만나는 걸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오랜 인연을 만나는 게 좋아질 때가 있다. 사람에게 상처받았으면서 또다시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과거의 상처를 치유받거나 또 상처받기도 한다. 모든 게 한없이 좋으면서 또 한없이 벅차던 때, 나락으로 던져진 것 같은 어느 날이 있는가하면 환희에 차오르는 어느 날이 있기도 하고 도무지 뭐가 뭔지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던 때, 아마도 20대의 내가 서 있던 시공간이 생각나게 하는 포토 에세이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다 :)



모든 관계는 두 가지 단어로 정의됐다. 혹시나와 역시나. 두 낱말이 이어지는 사이 나의 지분은 점점 자그마해진다. 반복된 학습 속에서도 늘 같은 실수를 거듭하는 내가 우스워질 때면 이제는 그만두어야겠다 다짐했지만.

 p.39





열심히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 바삐 움직이는 흉내를 내며 사회에 얼추 끼어 있는 기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지만, 결국 스스로는 알고 있다. 잘 사는 척을 하고 있으면 다들 잘 사는 줄 알더라. 상한 부분은 대충 칠해서 먹음직스러워 보이게 만들고, 흐르는 곳은 붕대로 대충 감싸서 막아두었다. 기한이 있는 거짓말을 자꾸 하고 있었다. 결국은 다 들통날 것들인데도. 

 p.32



내가 정말 잘 사는 건지, 잘 사는 척 하는 건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 스스로는 잘 알고 있다. 결국은 다 들통나고 말 기한이 있는 거짓말은 곧 유효기한이 다가온다. 거짓말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못 살더라도 진짜 내 삶을 살 것인지 결정해야하는 순간이 온다. 거짓말들도 쌓이면 삶이 되고 인생이 된다. 거짓말은 거짓말인 채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생의 자정작용으로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나아가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잘 사는 척, 행복한 척 하던 나의 20대는 가고 이제 나는 진짜 잘 살고 있고 진짜 행복해진 40대가 되었다. 과거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포토 에세이 <혼자이고 싶지만 외로운 건 싫어서>, 애정한다! :)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