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친화적인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강릉에 정착한 지 8년째다.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대신 한적한 지방은 생활 리듬이 느리고 편안하다. 하지만 나는 얼마나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서울의 아파트에서 살던 사람이 갑자기 지방의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는 친정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아파트를 구입했다. 생각해 보면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서울살이 할 때와 거의 차이가 없다.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없고, 초록 초록 푸른 자연은 화분을 키우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렵다. 과연 내가 원했던, 자연 친화적인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연 친화적인 삶은 인간에 자연을 끼워맞추는 게 아니라 자연의 리듬에 인간을 맞춰가는 게 아닐까? 나와 가족을 위해 자연을 찾았던 나와 달리,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낀 나머지 작은 공간에 생태 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났다. 진정한 의미의 자연친화적인 삶을 예쁜 일러스트가 담아낸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다!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는 아무런 준비 없이 정원이 있는 집으로 무작정 이사한 주인공이 생태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며 남긴 보고서다.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 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된다는 문장에 멈칫했다. 그렇다. 우리는 손에 흙을 조금만 묻히기만 하면 된다. 그래픽노블로 만나는 예쁜 정원의 일러스트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자연을 보며 나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싶어졌다.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 한시도 지루해지지 않는다. 나는 만약 개구리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왜가리나 지나가던 뱀이 우리를 위해 상황을 정돈해 줄 거라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 정원이라는 나의 영역, 그리고 스스로를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이 정원에 초대하는 야생의 불확실한 흐름 사이에 존재하는 이 경이로운 스며듦의 공간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관찰자이자 행동가로서의 자리가 좋다.
p.112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의 저자는 오랫동안 정원에 방치돼있던 홍자단 덤불을 치우고, 길가에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을 가져가 심기도 한다. 돌을 쌓아 작은 동물들을 위한 계단을 만들기도 하며 정원의 빈틈을 차곡차곡 채워 나간다. 그러자 수많은 곤충과 도물들이 제 발로 정원을 찾아온다. 하지만 개구리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거나, 달팽이가 너무 많이 생기거나 나방이 나무를 병들게 하는 일도 생긴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적인 해법을 내놓으며 균형을 맞춰 나간다.
수많은 나비, 나방, 곤충들의 일러스트가 담겨 곤충도감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는 이 책은 나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책이다. 알록달록, 생동감 넘치는 정원의 모습은 구석구석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섬세하고도 예쁜 곤충들의 그림은 "엄마, 이 나비 하나만 오려서 가지면 안 돼요?"라는 아이를 오래도록 설득해야 했다. :) 우리는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테지만 작은 정원으로 괜찮은 삶을 꾸려나갈 수는 있다는걸, 생명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환경관련책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로 만나보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