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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한가운데 서재
  •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 이정은
  • 11,700원 (10%650)
  • 2021-03-26
  • : 306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 이런 직업이라면 늘 꽃길처럼 설렐까? 일요일 오후부터 슬슬 기분이 나빠지는 월요병도 없을 것같은, 내 기준에 아름다운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직업명은 단연코 '플로리스트'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파리 + 플로리스트'의 조합이라니, 아름다움과 더한 아름다움이 두 겹으로, 두 배로 만났다는 느낌에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설렘이 인다.

파리는 가본 적이 없는 예술의 도시이자, 버킷 여행지 리스트에 들어있는 곳이고, 플로리스트는 좋아하는 꽃들에 둘러싸인 직업이니, 내 상상은 금세 직업과 공간이 주는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 찬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는 얼마나 빈번한지, 나는 EBS프로그램 <극한직업> 이라는 프로를 보면서 자주 느끼곤 했다.

우리가 보는 플로리스트는 지극히 아름다운 꽃들에 쌓여있는, 그저 꽃 같은 모습뿐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래도 플로리스트는 아니겠지 했지만, 예외 없이, 오리의 물아래 쉼 없는 발길질 같은 남모르는 고단함이 있다.

무거운 작업물과 화분들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고, 버거운 큰 화병에 물을 가득 담아 옮기고, 행사가 끝난 뒷자리를 마지막까지 정리해야 하는 일,

겨울에도 꽃의 적정 온도를 위해 난방 한번 맘 편히 켜지 못하고 눈사람처럼 옷을 껴입고 핫팩에 손을 녹여가며 일하는 모습들은 꽃에 가려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우아하게 예쁜 것만 보고 담으면 좋으련만 이면에는 불편한 부분들 역시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플로리스트를 흙과 식물 그리고 꽃으로 연결되는 모든 작업들을 아우르는 장인, 아티스트로 구분 짓는다" P104


인생의 여정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아이러니하게 열리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 "이정은" 플로리스트는 보여준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분명히 알고 전 생애에 걸친 커리어를 설계하는 청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을 가는 것도, 전공을 택하는 것도 그저 점수에 맞추거나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깊고 진지한 고민 없이 들어서는 경우를 자주 본다.

뒤늦게라도 돌고 돌아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직시할 수 있다면 그래도 다행한 일이고, 평생에 걸친 자신의 직업이 좋아하는 일로 채워진 행복한 나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올라탄 것처럼. 항해 목표를 다 짜놓고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우회한다. 그리고 조금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희로애락을 맛본다. 20대 중반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30대를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기까지 계획에 없던 일들로만 채워졌다. 그 선택 뒤에는 희생과 포기해야 할 것들이 사은품처럼 꼭 따라왔다" 147


플로리스트 '이정은'은 우연히 26살 청춘의 나이에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워킹 할러데이로 일본 도쿄로 갔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 등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음치유 목적으로 플라워숍에서 주말에 꽃을 배우며 꽃에 빠졌다.

우연히 떠난 파리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꽃을 공부하겠다며 일본 생활을 접고 건너가 앙제에 있는 <피베르디에르> 학교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밟게 된다. 프랑스어를 배우고, 플로리스트로 파리에서 새로운 30대의 인생을 살게 된다.

"수많은 플로리스트들을 거치며, 아름다움의 기준이 플로리스트들마다 다르며 그에 따른 스타일도 확연한 차이를 지닌다는 것을 느꼈다. 즐겨 사용하는 소재와 컬러는 물론이거니와 꽃에 대한 철학과 플로리스트로서 성장해야 하는 방향성도 다 다르다. 하나 그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꽃을 통해 사랑과 치유를 얻고 또 전달하는 것이다" P122


방송작가로 평생을 일하다 정원의 평온과 고요함에 위안을 받고, 우연히 뭔가에 끌린 듯 영국으로 가드닝을 배우러 떠난 오경아 가드너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인생의 여정은 그래서 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숨 쉬는 사람들한테는 흥미로운 한 세계를 열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늘 그랬듯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꽃들이 가득한 매대에서 좋아하는 계절 꽃을 고른다. 초여름이면 아직 작약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다. 향기 가득한 이브 피아제 한 다발에 적당히 향기를 돋우는 유칼립투스를 섞어 화병에 꽃아두면 한 달 뒤 퇴실할 때 드라이플라워로 남겨둘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매주 다양하게 바뀌는 꽃을 고르는 재미를 발견하고 싶다. 하루 내 좋아하는 요리들로만 해 먹으면 좋겠다" P222

자주 들르는 단골 화원 집에 나처럼 식물을 좋아하는 여인들이 손님으로 왔다가 가드닝의 꿈을 안고 아르바이트생을 자처해서 배우러 찾아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단 하루를 못 버티고 그만둔다고 한다.

보이는 것을 넘어선 고단함까지 아울러 견디고 좋아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이 없는 한, 그것이 직업으로까지 연결되는 일은 쉬이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봄이다. 플로리스트처럼 꽃 한 다발 사 와서 이렇게 저렇게 매만져 화병에 봄을 불어넣는 이 계절이 좋다.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올라탄 것처럼. 항해 목표를 다 짜놓고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우회한다. 그리고 조금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희로애락을 맛본다. 20대 중반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30대를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기까지 계획에 없던 일들로만 채워졌다. 그 선택 뒤에는 희생과 포기해야 할 것들이 사은품처럼 꼭 따라왔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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