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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한가운데 서재
  •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 다니엘 튜더
  • 12,150원 (10%670)
  • 2021-02-01
  • : 583

영국 맨체스터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친구와 벤처기업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한국의 부산을 잠깐 거쳐, 지금은 서울에서 11년째 생활하는 방랑벽 있는 한 이방인의 이야기,


"나는 방랑벽이 심했고 저 바깥세상에는 더 많은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어쩌면 근거 없는 예감을 갖고 있었다." P11


2002년 월드컵때 한국을 찾았다가 사랑에 빠져 2004년 서울로 돌아와 영어강사, 금융, 이코노미스트 서울 특파원, 수제맥주사업 사업가등등 다양한 삶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방인 다니엘 튜더 (Daniel Tudor)가 쓴 '고독한 이방인의 산책' (The Random Thoughts of a Solitary Wander)을 번역한 책이다.



가족의 치부를 꺼내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가족사, 외로움과, 그런 외로움은 기실은 우리 모두가 가진 존재적인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연결됨을 이야기하고 '산책', '독서', '음악'...그 어느 누구에게나 있을 자기만의 위안들에 대해서, 도시라는 거대한 고독한 공간에서 그가 '산책'을 하면서 평온을 찾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자유와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도 만날수 있다.


"나는 만인 덕분에 나다. 내 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지만 그 '나'를 내가 다닌 학교와, 내가 알고 지내왔으며 나를 독려해준 사람들과, 영국 사회 전반으로부터 떼어놓을 순 없다. 서울에 온 후로는 한국 사회와 사람들이 나를 여러 면에서 변화시켜 놓았다. 이 환경과 사람들의 축복을 받은 것이 모두 다 내가 받은 행운이다." P100


삶은 온통 낯선 나라다

우리는 이렇게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이렇게 무력감을 느낀 적도 없었다. 지그문트 바우만, P19


편지지와 우표가 거의 유물처럼 변하고 그 자리는 문자와 메신저, SNS의 자리가 되었다. 스마트폰과 SNS에는 셀수 없는 친구들이 있고 손끝 하나로 세상이 연결되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사람들은 더 외롭고 더 많이 고독하다.


"내 삶은 대체로 외로웠다. 자유의지로 선택했지만 일단 내 삶의 방식부터가 외로움을 많이 유발함을 깨달았다. 특정한 소속 없이 프리랜서로 혼자 살아가고, 일정표는 대부분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회의로 가득 차 있고, 신앙심으로 결속할 종교도 없는데다 단체 활동을 싫어하는 터라 정기적으로 참석하는 클럽이나 사교모임도 없고,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고 자란 모국과 판이한 타국에서 살고, 관계에 관해서는 또 완벽주의자여서 나와 꼭 맞지 않는 누군가와 사귀기보다는 차라리 독신이 편한 사람이다.


우리는 테크놀로지는 더, 서로는 덜 원한다

여자들이 돈을 내고 잘생긴 남자 앞에서 울 수 있는 서비스를, 7900엔 (우리 돈으로 83,000원 정도) 을 지불하면 미남이 눈물을 닦아준다. 함께 울기 행사도 열리고 있다. 지금의 현실에 있는, 도쿄의 이케메소 단시라는 곳의 이야기가 38쪽에 나온다. 짐작은 했지만 외로움 산업이 이토록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웠다.


미국 힙스터들의 안식처인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있는 '커들 업 투미 (cuddle up to me)'라는 업소는 2014년부터 시간당 80달러를 받고 손님을 안아주는 영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멘체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커들 네트워크(cuddle network)'에서는 1,200명의 회원이 정기적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몇 시간씩 서로를 안아준다.


일본에서는 상대방의 눈을 1분간 들여다봐주기, 등 토닥여 주기, 머리 쓰다듬어주기등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렌트 어 프렌드 (Rent a Friend) 가 있는가 하면 엄마 렌트를 필요로 하는 뉴요커들은 시간당 40달러에 밥을 해주고 각종 충고와 정서적 지원까지 제공아하는 63세 '니나 케닐리(Nina Kenneally)'를 빌릴수 있고, 일본에서는 원하면 가족 전체를 렌트할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도 활기를 띄고 있어, 일본에서는 홀로그램 여자친구가 말도 걸어주고 매일 적당한 간격으로 메세지를 보내주며 끝없이 칭찬해주고 남자친구가 되어 주어 고맙다고 한다. 한국의 한 업체는 에이핑크의 손나은과 VR 데이트를 할수 있게 해주었고, 전 세계 선진국에서는 외로움을 달래줄수 있는 로봇이 출시되고 있다.


"야근, 회식 없으며 점심시간 자유로움"

저자가 잠깐 다녔던 국내 대기업의 채용공고 문구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오래 근무하고 있는 직장지인이 한국의 직장에 와서 특이하게 생각했던 것들 중의 하나가 점심시간에 한꺼번에 나가 같이 점심을 먹는 일이라고 한적이 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런 풍경은 많이 달라져서 자유롭게 점심시간을 활용하고 따로 보내는 사람들도 늘었고, 야근이나 회식문화도 달라졌다.


'90년생이 온다' 나 '요즘것들'이라는 책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요즘은 사무실에서 전화벨이 울리고 통화하는 소리보다 메신저톡을 하느라 타닥타닥이는 소리만이 흐르는 조용한 공간이 되고 있다. 배달앱이나 무인 주문 기계를 더 선호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의 흐름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20퍼센트는 '주문받는 직원과 대화하기가 그냥 싫다'고 대답했다. 타인회피의 새로운 전선에는 배달앱이 있다. 미국의 '배민'이라고 할 '그럽허브 GrubHub'는 한때 이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먹는일의 즐거움, 이제 사람들과 말 섞을 필요없이 누리자" P122


이 모든 것의 90퍼센트는 어차피 소음이고 오래지 않아 잊힐 것이다.


꼭 해야 하는 Must, 머스터베이션(musterbation)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가 가진 고통을 이방인의 시선에서 포착한 것이다. 무엇인가를 어느 시점에는 꼭 해야 한다는 강박을 우리 사회만큼 주입하고, 알면서도 그 대열에 기꺼이 동참하는 사회가 있을까. 어떤 수준의 학교, 어떤 수준의 직장, 어떤 나이와 결혼, 자녀, 적령, 적정.... 타자의 시선에 묶여 고정되고 숫치화된 삶으로 모두가 자유롭지 않는.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Albert Ellis)는 그 관현악단에 입단할수 있다면 참 근사할텐데 정도가 아니라 그 관현악단에 반드시 입단해야 해하는 심리적 상태를 묘사하기 위해 머스터 베이션이라는 재미있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특정한 야망을 실현하는데 자신의 모든 정서적 행복을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야 하며 자신의 안정과 행복이 그 결과에 전적으로 좌지우지 되는 막다른 골목으로 스스로를 내몰지 말아야 한다." P62


그런 불합리한 합리는 평균이 아닌것을 평균으로 착시하는, 특별한 성취가 평범한 성취처럼 보인다는 온라인이나 SNS의 허상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하고 있다.


"보통의 범주를 벗어나는 평균치 이상의 아웃라이어 outlier들이 평범한 성취처럼 보이기 시작하지만 온라인매체 같은데서 시간을 많이 보낼수록 그 덫에 걸려들기 쉽다고 말한다." P65


바이오필리아 (Bio Philia)

다니엘 튜더도 서울이라는 도시안에서 걸으면서 잠시만이라도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에서 멀어질수 있었다고 한다. 걷기가 주는 아름다운 잇점들이야 수많은 사람들의 말과 글에서 확인할수 있는 일이지만, 단순히 걷는다는 일에만 몰입해서 하는 것조차 우리는 머스터베이션(musterbation) 에서 자유롭지 않다. 핸드폰을 하고, 생활체육의 느낌으로 빨리 걸으며 칼로리소모와 만보의 강박에서 어플을 내려다보며 걸을때도 많으니까. 바이오필리아(Bio Philia), 인간의 마음과 유전자에는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학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절로 오감이 느끼고 있다.


"나는 걸을때 웬만해선 휴대전화를 확인하지 않는다 않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어지럽히는 원천을 멀리하면 무의미한 '바쁜일'에서 정작 중요한 것을 가려낼수 있다.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남들처럼 분망히 서두르고 수만 군데에 정신이 팔리기를 거부할 수 있다." P75


차 한잔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도 없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없다면 삶이 끝나버린 거라고 생각해요


단절과 고립은 코로나 시대를 거의 2년에 걸쳐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절절하게 느끼고 살아가는 요즘일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고립은 더 연결된 세상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먼 출장을 가서 했어야 했던 일들이 웹엑스나 줌같은 화상회의를 통해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도 화상미팅으로 만나고 있다. 그래도 그 너머의 온기를, 직접 얼굴을 보고, 따스한 차 한잔 마시고 싶고 만들어주고 싶은 사람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수 없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많은 수의 관계를 제공하는 데는 아주 능하지만 질 측면에서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고립감을 느낀다. 사회는 그 방향으로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줄 알았다. 그러나 혼자 슬퍼하고 말 주관적인 경험이 아닌 하나의 현상으로 외로움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뒤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깊어진 외로움은 현대화가 심화되면서 발생한것이며 슬프게도 나는 날로 늘어나는 무리의 한 부분일뿐임을 깨달았다..." P190




바보는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의미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름의 방식대로 살며 즐긴다.- P164
나는 만인 덕분에 나다. 내 안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나지만 그 ‘나‘를 내가 다닌 학교와, 내가 알고 지내왔으며 나를 독려해준 사람들과, 영국 사회 전반으로부터 떼어놓을 순 없다. 서울에 온 후로는 한국 사회와 사람들이 나를 여러 면에서 변화시켜 놓았다. 이 환경과 사람들의 축복을 받은 것이 모두 다 내가 받은 행운이다-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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