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라는 신앙
질주본능 2002/09/0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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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이 책에서 기대한 것은 한 많은 역사의 땅으로 그려지는 제주도의 아픔에 관한 것이었다
해방 이후의 식민지배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4.3이 상처가 덧입혀지고 그 흉터위에 다시 한국전쟁의 비극이 겹겹이 쌓여있는 제주도의 근대사는 곧 한국 근대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구체적인 역사의 묘사는 번번히 '샛길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글의 성격상' 시간과 공간의 배경으로만 기술되어 약간은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글 읽기의 초점을 한 인간의 성장과 자연의 관계로 돌려서 읽어보면 한결 맘이 편해질 수 있었다
아직 세상과 인간사에 눈을 뜨지 못한 소년은 자연의 한 분자이며 벗이고 동시에 자연 그 자체였다 자연은 언제나 소년에게 놀이를 제공하고 즐거움을 주지만 나무에서 떨어져 머리에 큰 상처가 생기기도 하고, 험한 파도로 친구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좋은 기억이든 그렇지 못한 기억이든 결국 자연은 소년의 유년기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고, 그 소년이 이제 죽음을 생각하는 나이가 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마치 모태신앙을 가진 자가 젊은 날을 방황하다가 다시 원래의 신앙으로 귀화하듯 자연은 차라리 그에게 종교였던 것일까 쓸쓸할 망정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긴 해도 찬란하지는 않은 성장의 이야기가 가슴 한 켠을 은근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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