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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3학년이 되어서 이 소설을 다시 읽어보았다. 책의 자세한 내용들에 대해서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테스가 농장에서 만나게 된 세 아가씨들의 이야기와 테스와 엔젤이 농장에서 결혼을 하고나서 첫날밤의 고백으로 인해서 그 결혼이 깨져버리는 동안은 어떤 묘사가 나오고 사건이 나왔었는지를 꺼의 까맣게 잊고 있다시피 했다. 아무래도 예전에 읽었다고 안심하고 있던 책들을 다시한 번 읽어주어야 할때가 온 것 같다.단순히 내용들을 잊어버렸기때문은 아니고,중학교 시절에 처음 읽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점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기도 하다.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언제 이 책들을 다 다시 읽을까? 하는 걱정도 좀 된다.

첫째로,하디의 묘사가 워낙 아름답고 서정적인데다가 영국이라는 소설의 배경이 아무래도 환상을 가지게 했기 때문인지,중학교때 읽었을때 내가느꼈던 이 소설의 배경인 시골지방은 땀냄새가 나는 현실속의 공간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동경하는 '전원'지방에 더 가까웠었다.그런 인상만이 남아있던 터에 이번에 다시 읽었을때에 테스가 얼마나 정진정명한 '농촌소설'인지가 느껴지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소와 말은 이 소설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만한 역활을 한다. 등장인물들이 꿈꾸는 인생의 보람역시 농장에서 생산되는 생산물들이고,이들의 일상은 주변의 자연환경과 얽혀있다.그리고 이소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현대적인 소설이었다. 그 당시 시대에 대한 통찰과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맥박이 아직도 뛰고 있는.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점은 이 소설에 관련된 평 몇가지를 찾아서 읽어보다가 테스와 알렉간의 관계가 잘 알려져있는것과는 달리 단순한 성폭행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발견한 것이 상당히 충격이었다.테스가 알렉을 싫어했고 농락당하다시피 한것은 틀림없지만, 완전히 폭력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인데, 테스가 알렉에게 잠시라도 호감을 가졌는가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 관계가 유지되었을것이라는 가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숲에서의 사건 이후로도 테스가 2-3주 더 알렉네 농장에 머물렀다는걸 평자들은 그 증거로 들고 있다. 전혀 읽으면서 인식을 못했던 부분이라서 다시 찾아보니 정말 단 한문장이라서 그냥 그랬나보다 하고 넘기게되기 쉬운 부분이었다.그렇게 본다면 책의 해석 자체가 확 바뀌어 버리는데 아직도 그렇게 해석하면 어떻게 방향을 잡아햐 하는것인지 판단이 안서고 있다.무엇보다도 이런 방향으로 보게된다면 테스라는 주인공을 단순하게'나쁜 놈에게 잘못 당해서 일생을 망친 불쌍한 희생자'로만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런 해석하에서는 하디가 이 소설을 낼 당시의 반발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심했는지가 약간은 이해가 된다.

간단히 말해서 다시 본 테스는 의외로 엄청나게 그 당시의 기준으로서는 파격적이고 급진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책이었다. 고전이 단순히 잘 쓰여져있기때문이 아니라 어떤 한 사회를 파괴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의미를 인정받는다는 말의 의미를 비로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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