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때면 경쾌한 캐롤과 크리스마스 트리의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한해 이루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아쉬움과 자책, 약간의 후회가 들곤 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달콤한 막대사탕 장식을 보고 있는데 입속에서 순도100% 다크 초콜릿을 먹고 있는 씁씁할이랄까.
올연말 만난 책 <안셀름그륀의 크리스마스 에세이>는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전통적인 축제에 담긴 감사, 축복, 은혜라는 본질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나의 성취와는 별개로 나로 존재하는 그 자체로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고요한 시간(die stille Zeit) 이라 불리는 대림절이 되었습니다.
‘고요한’ 이라는 독일어 ‘still’은 ‘서 있다, 움직임이 없이 서다’ 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서 있기 위해서는 먼저 멈추어야 하는 법입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일을 멈추고, 분주한 마음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렇게 멈추어 서서 자기 자신옆에 고요히 머물러 보세요.
우리가 고요해질때, 우리의 불안은 밖으로 표출되기를 멈추고 우리안에서 진지하게 성찰됩니다.
그렇게 불안을 이기는 사람은 평안에 이르게 됩니다.
P. 20 <고요한 시간> 중에서
비기독교인이면서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로서 저자가 기독교 신학뿐만 아니라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해서일까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를 꿰뚫어보고 위로하는 문장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마음이 평온해지는 경험을한다.
연말의 분주함과 어수선함, 희망과 탄식이 뒤섞인 분위기를 뒤로하고 멈추어 서서 조용히 나를 성찰하며 내 안의 불안을 거쳐 평안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한다.
선물에는 목마른 사람에게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따라 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목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는 음료를 따라 줄 필요가 없는 법이지요.
많은 사람이 더이상 단것이라 포도주, 옷이나 가전제품과 같은 선물에 갈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미 그런 것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 모두는 사랑, 관심, 존중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선물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사랑을 선물에 담아 건넨다면 그 선물은 상대방의 갈증을 해소하는데까지 이를 것입니다.
P. 33 <무엇에 갈증을 느끼고 있나요>중에서
바쁜 일상을 분주하게 살아낸 한해의 마지막달에서 우연히 만난 작가 안셀름 그륀은 어른이 되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인간 본연의 존재의 기쁨, 본성, 축복과 기쁨에 대해서 친절하게 말해주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 상업적인 축제로 소비되고 마는 크리스마스의 전통이 살아있는 오래된 과거의 시간속으로 걸어들어가 예수탄생의 의미와 가족의 의미, 삶의 의미와 기쁨으로 가는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하얀 눈이 소복히 내리고 있는 책의 표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메세지로 가득하다.
이토록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처럼 내가 나의 삶을 바라본다면 올 겨울 내 마음의 월동준비를 끝낸것 같아 든든하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성탄절의 본질적인 의미를 통해서 내 삶의 근원을 바라보고 내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