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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complete님의 서재
  • 종이 동물원
  • 켄 리우
  • 15,300원 (10%850)
  • 2018-12-05
  • : 12,339

다 봤다. 

나도 이 책을 다 볼 수 있을 지 몰랐다. 

단편 모음집이고 엄청 두꺼웠다.


다 보고 나니, 책 뒤에 흔히 써있는 프로들의 평들에 엄청 공감이 간다. 

'우아한 문장과 묵직한 감동 ... '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우아한 문장들이 자극되어야 할 감정선을 우아하게 만져준다. 

'잔혹하면서도 감성적인 필치 ...' 탄탄하면서 상식적인 역사관이 잔혹했던 역사를 감성적이게 그려준다. 그리고 '어느 쪽이 옳은 길인지 날카롭게 가리킨다.' 

'화장지를 준비할 것'. 지하철이 주요 독서 공간이라, 눈에 습기가 차는 정도로 절제했다. 


기억을 위한 간단 요약


종이 동물원

대표작인듯. 그런데 누가 내게 설명을 좀 해줘요. 이 이야기가 상을 많이 받았는데, 심사 평이 궁금하다. 재미있는 이야기 같은데, 내겐 여기 적힌 다른 이야기들이 훨씬 재미있었다. 


천생연분

인공지능 SW이 인간의 삶에 깊이 개입해서 인간을 도와주는 이야기다. 

'걱정 마십시오. 저는 당신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아니까요' 라는 문장이 무섭다. 


즐거운 사냥을 하길

요괴와 인간과의 썸(?)을 다룬 듯 하다. 그런데 요괴가 도시에 적응을 하면서 과학 문명의 혜택을 받는다. ㅋㅋ 낭만적이고 애절하다. 

'위풍 당당한 사냥꾼, 되살아난 고대의 환상이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자 불과 연기의 냄새가, 윤활유와 연마한 금속의 냄새가 났다. 권능의 향기였다.' 

전율이 일어나는 문장들이다. 이렇게 번역을 해준 번역가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상태변화

사람은 육신과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 영혼은 사람의 몸 밖에, 물체의 형태를 가진다. 각자 다른 형태의 영혼을 가진 두 남녀가 연애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내 입술이 어느 입술에 포개졌는지' 이런 시가 있었나? 


파자점술사

중국과 대만의 지금도 이어지는 가슴아픈 역사와 현실을 표현한 이야기. 

'실수로 죽인 삼천 목숨 공산당 간첩 하나 잡으면 아깝지 않네' 라는 표어가 섬뜩하다. 

그리고 이 잔혹한 이야기가 현실적이라 덜덜


시뮬라크럼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다. 짧지만 강렬했고, 딸의 이야기는 적어도 나에게 반칙이다. 소재부터, 구성과 진행 전부가 내 가슴을 때린다. 2번 읽었다. ㅠㅠ 


레귤러

이 책에서 가장 두꺼운 단편이다. 이젠 이 두꺼움이 너무 즐겁다. 그리고 그 기대에 걸맞게 엄청 재밌다. 레귤레이터는 감정을 침착하게 조절해 준다. 이 장치를 가지고 있는 슬픈 과거가 있는 여자 탐정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슬픈과거를 레귤레이터가 통제해준다. 통제된 감정과, 슬픈 과거가 지배하는 일상을 주고받으며 가슴을 아려오고 조여온다. 최고다. 


.

칭찬하기도 이제 지쳤으니 구지 단점을 떠올려 본다면.. 가끔 뜬금없이 친절하게 설명을 자세히 해줄 때가 있다. 그래서 이해가 더 쉬워지지만, 현실적 몰입감에 동화적인 방해가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고, 충분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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