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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로의 읽기 쓰기
  • 나이 오십에 청소노동자
  • 송은주
  • 15,300원 (10%850)
  • 2025-12-31
  • : 8,318


돌고 돌아 다시 책으로 - 불안을 견디는 방식

나이 오십에 청소노동자를 읽고 / 송은주 지음 / 시프 출판

중년의 불안을 쓸고 닦는 법

 

책 인플루언서 온달님의 추천으로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해 읽게 된 <나이 오십에 청소노동자>는, 예상보다 훨씬 내 삶 가까이 와 닿는 이야기였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로서 하루하루 애를 쓰며 살아가지만, 그 노력과 별개로 서서히 지쳐가는 마음. 작가가 겪는 답답함과 무력감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이건 내 이야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책과 삶이 끊임없이 교차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의 현실을 통과하며 다양한 책들을 끌어와 사유를 확장한다. 이미 읽은 책이 등장할 때는 반가웠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은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목록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작은 성장을 경험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노동’과 ‘삶의 무게’에 대한 인식이었다. 세상에 쉽게 벌리는 돈은 없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고단함이 사라지지도 않는다는 사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맞추며 살아간다. 그 현실은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왔다.

 

또 한편으로는 ‘무용한 것’에 대한 질문이 오래 남았다. 읽고 쓰는 일, 당장 눈에 보이는 효용은 없지만 결국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 그것이야말로 삶을 버티게 하는 어떤 힘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며 겪는 혼란과 불안, 그리고 사회를 향한 불신 또한 깊이 공감되는 지점이었다. 아이를 놓아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마음.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만들어낸 불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삶이 무너질 듯한 순간에도 결국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였다. 작가에게 그것은 ‘책’과 ‘사람’이었다.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다시 끌어올리는 작은 연결들. 그 덕분에 또 며칠을 살아낼 수 있었다는 고백이 오래 남는다.

 

이 책은 거창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불안을 없애는 대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조용히 보여준다. 쓸고 닦듯, 그렇게 하루를 버티는 삶의 방식.

그리고 어쩌면 우리 역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저널리스트 룰루 밀러가 쓴 과학 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2021년 첫 출간 이후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경이로운 책이다. 기본적으로 한 인물의 삶을 추적하는 회고록의 얼개를 갖추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읽고 나면 한 편의 다큐멘터리 픽션이나 추리소설을 읽은 것 같다. ~ <스토너> 같은 책을 인생 책으로 꼽는 이들이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단언한다. 삶의 의미를 집요하게 밀고 나가는 저자의 사유가 웬만한 철학책 못지않은 묵직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p77

 

“세상에 쉽게 벌리는 돈이란 없었다. 세상 모든 밥벌이는 고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좀 덜 힘들고 좀 더 재밌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돈으로 환원되는 그것은 속성상 어떤 모양이든 돈을 주는 이의 틀에 나를 맞추고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p101

 

“나는 왜 이렇게 매번 돌고 돌다가도 돌아오는 자리가 이곳일까? 읽고 쓰는 일 따위, 아무데도 써먹을 수 없는 이것에, 부모님 임플란트 하나 해드리지 못하고 외벌이 하는 남편의 짐 하나 덜어주지 못하는 보란 듯이 아들 잘 키운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아닌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고 세상은 왜 이렇게밖에 굴러가지 못하는지 맨날 징징거리는. 이 무용하고 써먹을 데 없는 이것에 왜 매번 관성처럼 돌아오는 것일까.” p104

 

“무엇보다 나는 내가 이렇게 부당한 일을 당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들이 원치 않는 일을 강제로 시킨 적이 있던가. 내가 공부에 미쳐 아들을 존중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최대한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했는데 내게 돌아온 건 부당한 거절뿐이었다. 무엇보다 이게 사춘기의 일시적 문제인지, 잘못 고착된 내 양육 태도 때문인지, 핸드폰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p160

 

“이러다 서서히 내 삶의 주도권을 우울에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밀려왔다. 그때 병원을 찾았다면 나도 지금쯤 우울증 환자로서의 또 다른 정체성으로 살고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다만 그때 내 곁엔 책과 책을 매개로 만나는 이웃이 있었다는 것밖에는. 내가 어둠에 질식될 만할 때쯤이면 그들이 한 번씩 나를 불러냈다. 저 깊은 심연에서 나를 끌어내주었다. 그들과 이야기 나누며 또 함께 공감하고 돌아서면 그다음 모임까지 며칠이 더 살아졌다.” p163

 

#나이오십에청소노동자 #송은주 #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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