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 그 다정한 통찰을 읽고
<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을 읽고 / 김예원 김완 박산호 이은주 허태준
양양하다 출판 (이벤트 당첨 도서지원)
출판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만나게 된 이 책은 작고 얇은 외형과 달리,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무는 문장들을 품고 있었다. 여러 작가가 함께 쓴 에세이답게 각기 다른 시선과 결이 느껴지는데, 그 차이가 오히려 읽는 재미를 더한다. 누구의 글은 담담하게, 또 누구의 글은 조용히 깊게 파고들며 우리가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태도와 시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리적인 장애물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턱’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를 묻는다. 누군가에게는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롱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문장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결국 바꿔야 할 것은 환경만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또 다른 글에서는 ‘나이 듦’과 ‘성취’에 대한 시선을 다루며, 겉으로 드러나는 조건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기세와 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공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은, 어떤 외적인 요소보다 오래 남는 가치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읽고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물질적인 기준으로 보면 부족할 수 있지만, 책과 글을 통해 쌓아온 내면의 힘이 삶을 지탱해준다는 고백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삶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졌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뎌내느냐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소설처럼 극적인 전개나 긴장감은 없다. 대신 잔잔하게 흐르며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읽는 동안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문장 하나하나가 작은 파문처럼 번지며 생각을 남긴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무언가 ‘크게 달라졌다’기보다는, 아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다.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순간들. 이 책은 그 순간들을 조용히, 그러나 또렷하게 짚어낸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의 태도와 시선을 돌아보고 싶을 때, 곁에 두고 싶은 에세이다.
“‘저런 걸 보면 참 성의껏 조롱하는구나 싶다니까’
그 말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이만큼 배려했다’는 생색내기용 장치일지 모르지만, 경사로를 따라 올라왔음에도 결국 문턱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하는 누군가에게는 조롱으로만 느껴질 뿐이었다.” p26
“그날 친구와 헤어지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턱만이 아니라, 그 턱을 당연하게 여겨운 시선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누군가가 ‘들어갈 수만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그렇게 시선을 조금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p30
“이 나이쯤 되면 하나쯤 있을 법한 명품백도 없고, 집도 없고, 지병까지 얻었지만, 그 어떤 부자나 권력가나 유명인을 만나도 위축되거나 주눅들지 않는다. 내게는 책이라는 세계와 글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읽고 쓴 덕분에 인생과 인간을 바라보는 아주 작은 통찰과 안목도 생겼고, 무엇보다 그 어떤 불행이 닥쳐와도 그걸 견딜 수 있는 맷집과 그 불행이 그저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고 언젠가는 큰 힘이 되어 나를 구원할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102
#사소하지만뾰족한순간들 #양양하다 #김예원 #김완 #박산호 #이은주 #허태준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