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스며드는 힘, 영국의 독서 문화
<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을 읽고 / 권신영 지음
틈새의 시간 출판 ( 도서협찬 )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책을 좋아하는 나라가 있다면, 그곳 사람들은 책을 어떻게 대할까.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큰 목소리로 답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오래된 이야기처럼 풀어낸다.
영국의 책문화는 거창한 구호나 독서 장려 정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의 태도에 가깝다. 공공장소에서 책을 펼치는 행동조차 하나의 신호가 된다. 말을 걸지 말아 달라는 정중한 거리두기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공간을 존중하는 방식. 책은 그렇게 개인과 개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만들어 준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그 다음이다. 책이 단순한 ‘도구’에 머무르지 않는 순간을 보여준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책을 핑계 삼아 모이고,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버틴다.
책은 읽는 대상이 아니라 연결의 매개가 된다. 삶이 각자 다르더라도, 같은 문장을 사이에 두고 앉을 수 있다는 사실. 그 소박한 장면이 오래 남는다.
분위기는 마치 많은 것을 겪은 어른이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자극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특별히 뛰어난 주장이나 날카로운 분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이상하게도 “괜찮았다”는 감상이 남는다.
그리고 아주 조금, 무언가를 알게 된 듯한 기분도 따라온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그 ‘과하지 않음’이다.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 않고, 대신 사례를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반대로 단점이라면, 강렬한 인상을 기대한 독자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책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은가. 크게 흔들지 않아도 오래 남는 것.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스며드는 책.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하다.
“영국인의 무례한 정중함. 쉽게 말해 ‘나한테 말 시키지 마’라는 암시가 그 이유였다.
~
‘당신은 책이 뭘 할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겠지요. 삶이 제각기 다 달라도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어떤 것...,’
전쟁으로 사람들이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점차 잃어가는 때 책은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개인들을 다시 연결해주는 고리였다.”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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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도서 제공받아서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