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사랑을 시험했고, 그녀들은 끝내 선택했다
< 나이팅게일>을 읽고 / 크리스틴 해나 글 /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출판
생존과 자유, 그리고 사랑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한 두 자매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쟁소설이라는 말에 ‘나이팅게일’이 간호사 중 한 명의 이름이 아닐까로 짐작했다.
그러나 읽어 내려가며 그것이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어떤 역할과 선택을 상징하는 이름임을 알게 되었다.
본문에 스며 있는 새소리, 그리고 초반에 스쳐 지나가듯 등장하는 ‘쥴리엣 제르베즈’라는 이름. 누구를 가리키는지, 어떤 순간에 의미를 드러낼지 알 수 없어 오히려 궁금증이 깊어졌다. 그 작은 의문이 실처럼 이어져, 이야기를 끝까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흥미롭다는 감정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이야기는 처연하고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7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이 소설은 시간을 붙잡아 두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전쟁이라는 배경은 늘 그렇듯 잔혹하고 궁핍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오래 남는 이유는 총성과 굶주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끝까지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비안느와 이사벨, 두 자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한 사람은 지키기 위해 견디고, 다른 한 사람은 부딪히기 위해 떠난다. 무엇이 더 옳은지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둘 다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침묵해야 했고, 누군가는 더 많은 사람을 위해 위험을 선택해야 했다.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라 느껴지는 인물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순간, 애증이 사랑보다 더 진하게 남는 장면들, 그리고 끝내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게 되는 고백까지. 이 소설은 전쟁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인간의 마음을 겨눈다.
특히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은 단순한 변장이 아니라, 한 인간이 스스로를 넘어서는 장면이다. 두려움을 알고도 나아가는 용기, 그것이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책을 덮고 나면 묻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그 선택을 끝까지 견딜 수 있었을까.
“쌀쌀한 10월 아침, 그녀의 인생이 바뀔 터였다. 생-장-드-루즈행 기차에 오르는 순간부터 그녀는 더 이상 라 부르도네 대로에 사는 서점 아가씨 이사벨 로시뇰이 아니었다.
지금부터 그녀는 쥴리엣 제르베즈였고, 암호명은 나이팅게일이었다.” p314
“이사벨은 그녀의 검은 눈을 들여다보다가 연민의 빛을 보았다.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눈빛이었다.
’저는 무서워요.
이사벨이 털어놓았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처음 하는 고백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틀림없이 우리 모두 그럴 거야.’
‘일이 잘못되면 파파에게 연락해주시겠어요? 여전히 파리에 계세요. 만약 우리가.... 성공 못하면 그에게 나이팅게일은 날지 않았다고 말해주세요.’
마담 바비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p326
“‘이 일이 끝나서 이사벨이 집에 오면 네가 필요할 게다. 이사벨에게 옳은 일을 했다고 말해주렴. 어느 날인가 그 아이는 그걸 걱정할 거야. 네 곁에서 지내면서 지켜야 했다고 후회하겠지. 너를 나치와 두고 떠났고, 너희 목숨을 위험에 빠트린 일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괴로워할 거야.‘” p570
“비안느는 그의 눈빛에서 슬픔과 외로움을 보았고 아버지가 왜 여기 왔는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했다. 아버지는 이사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려 했다. 그것은 늘 딸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던 것을 보상하는 아버지 나름의 방식이었다.” p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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