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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대로의 읽기 쓰기
  •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 14,220원 (10%790)
  • 2015-06-30
  • : 34,572


옳지 않은 일을 보고도 울지 않게 되는 세계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 하퍼 리 장편소설 /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잘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고전, 흥미롭게 읽고 불편하게 남는 이야기

이 소설은 놀라울 만큼 잘 읽힌다. 문장은 단정하고 서사는 명확하며, 이야기는 어린 화자의 시선을 빌려 무거운 주제를 무리 없이 통과시킨다. 흥미롭다는 표현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독자는 재판의 장면과 마을 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간다. 정의와 편견, 양심과 침묵이라는 오래된 문제들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묵직하게 호흡한다.


인상적인 것은 ‘우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아이의 양심이 아직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 아무 생각 없이 가해지는 고통 앞에서 멈춰 서는 감정은 이 소설이 끝까지 붙들고 있는 핵심 가치다. 작품은 흑인에 대한 차별을 고발하면서도, 그것을 특정 집단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는다. 인간 전체의 비겁함과 자기합리화, 그리고 규범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되는 폭력을 정면으로 드러낸다.


다만 결말에 이르러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문제를 꿰뚫고 나아가기보다는, 조용한 체념과 교육적 메시지에 머무는 인상이 강하다. 

독자의 분노와 질문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에 이야기는 한 걸음 물러선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 세상이 옳지 않은 방향으로 기울 때, 울 수 있는 감정을 끝내 잃지 말라는 요청. 

<앵무새 죽이기>는 그 단순하고도 어려운 윤리를 지금도 유효한 언어로 건넨다.

 

 

“어떤 흑인은 거짓말을 하고, 또 어떤 흑인은 부도덕하며, 또 어떤 흑인에게는 여자를 – 백인이건 흑인이건 말이지요. - 옆에 맡겨 둘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 전체에 해당하는 진리이지 어느 특정한 인종에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닙니다.” p378

 

“아저씨는 딜을 향해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직 저 애의 양심은 세상 물정에 물들지 않았어. 하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어 봐. 그러면 저 앤 구역질을 느끼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 거야. 어쩌면 세상에서 옳지 않은 일을 봐도 울먹이지 않을 거야. 앞으로 몇 년만 나이를 더 먹어봐. 그렇게 될 테니.’

‘아저씨, 내가 도대체 뭐 때문에 운다는 거예요?’ 딜의 남자다움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고통 때문에 우는 거지,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흑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생각한 것도 아닌데 백인이 흑인에게 안겨 주는 그 고통 때문에 우는 거란 말이다.’“ p372

 

 

#앵무새죽이기 #하퍼리 #열린책들 #김욱동 #흑인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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