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직장인
<수상한 퇴근길>을 읽고 / 한태현 지음 / ICBooks
이 책은 어느 날 잘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실직자가 집안에 솔직히 말을 못 하고 출퇴근을 계속하는 한 샐러리맨의 좌절의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니던 출근길을 가짜 직장인이 되어 검은 정장을 하고 구두를 신고 출근하듯 퇴근하듯 시간만 맞춰서 도서관을 돌기도 하고 컴퓨터 앞에서 암울한 시간, 우울한 한숨의 나날의 감정을 인터넷 플랫폼에 쏟아내기도 한다. 빌어먹을 회사와 상사들을 떠올려 보며 못된 행동에 벌을 받는 권선징악의 쾌감도 느껴보고, 취업정보를 모으고 구직활동도 하면서 때론 책에 침을 흘리며 낮잠을 자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보험 자격이 지역으로 바뀌었다는 우편물을 받게 되고, 할 수 없이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당분간 무급으로 하게 되었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가짜 출퇴근은 끝났고 여유시간이 생겨 딸아이의 유치원 퇴원과 학원도 동행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가족애와 행복을 느끼게 된다. 자신을 갈아 넣었지만 하나의 부품쯤으로 취급받았던 회사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감정도 생긴다.
집안의 분리수거를 하다가 같은 단지 내 옆 라인의 다부진 어깨를 가진 막노동을 하면서 글도 쓰는 사람을 알게 되고 인테리어 공사현장에서 같이 일도 하게 된다. 하루 일당은 딱 하루의 생활비가 되고 미루뒀던 치과비용은 시간만 있을 뿐 돈이 안 되어 미루고, 핸드폰은 되었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어느 날 가족의 큰 사고의 소식을 늦게서야 듣게 되고 이야기는 재미에 절정을 다다른다. 초반은 야동이란 단어도 나오고 재미도 별로 없어서 계속 읽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초반쯤만 그렇고 나머지 어어지는 이야기는 궁금하기도 하고 좋은 문장들도 많았고 재미있어졌다.
날씨는 추웠다 더웠다 눈이 왔다가 땡볕이었다가 오락 가락 하지만 진달래는 피고 산수유도 피고 여지없이 봄은 왔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이어지는 불황과 불안정한 시국에 실직자도 많고 오래 이어가던 사업장을 정리한 폐업한 영업장도 많이 보인다. 거리를 걷다보면 텅 빈 ‘임대’ 글씨만 붙어있는 공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언제쯤 활 활 잘 풀리고 주가는 쭉쭉 올라가며 좋아질는지?
“회사에 개 같이 충성하며 열심히 일한 대가가 희망퇴직이라는 절망적인 해고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검정정장 속 남자가 과연 그게 맞냐고 계속 물어온다.” -p184
“한순간 회사에서 잘린 자신의 분노와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자신의 슬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막연한 마음을” -p224
“그는 언제든 회사라는 치열한 현실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현실은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예상보다 일찍 목을 조여 오는 법이니까.” -p226
“ ‘독서모임 모집? 작고 소중한 보통의 삶을 출간합니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운명이 팔랑대며 손을 흔들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운명으로 다가올지는” -p211
“먹통이 된 핸드폰을 여전히 손에 든 채 고 대리는 고개를 들어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본다. 주방 불빛에 희미하게 비치는 천장이 새하얗다. 그 천장으로 고대리의 한숨이 한 번 새어 나간다. 그리고 그 한숨의 끝자락이 거실 창에 닿는다. 창밖이 새까맣다.” -p183
“길바닥으로 내팽개쳐진 자기 모습이 있다. 하루 종일 가련한 구둣발을 꾹꾹 눌러가며 길거리를 떠도는 가짜 직장인의 한숨 가득한 발걸음이” -p398
“가족의 행복을 희생하라고, 그게 맞는 거라며 늘 그렇게 당연한 듯 떠들어대던 새까만 이름들이 사라져 있었다.” -p401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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