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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그립지 않은 것들
<펠리시타호가 곧 출발합니다>를 읽고 Le Premier jour du ma vie
비르지니 그리말디 / 이연리옮김 / 저녁달
마리에겐 쌍둥이 딸이 있고 대학에 입학해 멀리 이사를 했다. 일상이 권태로웠던 그녀는 자기일을 갖고 싶어 했으나 남편은 매번 그녀의 뜻을 뭉개 버렸다. 아이들을 핑계로 죄책감을 심어주고 대학 중퇴를 거론하며 모욕감을 안겼다. 로돌프의 마흔살 생일날 그녀는 남편의 40명의 애인들을 초대했고 생일카드와 이혼을 남기고 여행을 떠난다. '고독 속의 세계 일주', 100일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지나고 서른여섯 개의 나라를 방문한다. 여객선을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혼자여야만 하는 조건이 있다. 여행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 여행객들의 공통점은 혼자였다. 이혼했거나, 연인과 헤어졌거나 미망인이거나, 아내를 잃었거나, 삶에 좌절했거나, 인생 항로에서 난파당한 사람들.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잃어버린 인생을 되찾는 것,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었다.
마리는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를 자르고 적갈색으로 염색을 하며 익숙한 것들과 결별한다. 그녀는 좋아하는, 열정을 바쳐 사는 것, 그것은 그녀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꿈의 영역에 남아 있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창성을 확보해야만 했다.
쌍둥이 딸들을 기다리며 시작한 뜨개질은 그녀에게 생명과도 같았다. 한 줄 한 줄 모양을 갖춰가는 옷을 바라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마리는 결혼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처음으로 "불쌍한 사람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슬프게 깨달았다. 마리의 두 번째 임신, 기쁜 마음으로 아이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남자아기의 이름은 쥘 이었다.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하늘나라로 올라갔고 죽은 아이와 함께 마리의 일부도 서서히 죽어갔다.
세 여인은 프랑스에 두고 온 것 중 더는 그립지 않은 것들의 목록을 작성했다.
로돌프의 코 고는 소리, 물이 새는 세면대 수도꼭지, 불면증 약, 그저 그런 날들, 외로움 =>마리
적막감이 감도는 아파트, 전철탈때 느끼는 불안감, 환경오염, 차가운 침대, 기다림, 외로움 =>안
사무실 커피, 목표 달성을 재촉하는 말, 사장의 얼굴, 교통 체증, 악몽, 외로움 =>카미유
목록들은 둘둘말아 불태워 없애 버렸다. 다시는 되돌아 만나지 않을 것이다. 다 함께 큰소리로
"오늘은 내 남은 생의 첫날!"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my life!”을 외쳤다.
외로움, 외로움, 외로움, 외로움은 마리와 카미유, 안, 세 여인 모두의 목록에 공통으로 들어 있다. 더는 그립지 않고 버려버리고 싶고 불태워 버린 외로움, 그 외로움인데 사람들을 찾고 많은 무리와 어울리는 여행이 아닌 혼자여만 하는 여행,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여행을 선택했다. 참으로 아이러니이고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혼자여야 하는 여행을 마칠쯤엔 외로움이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을까? “혼자 있는 것과 외롭다는 것은 별개의 두 현상이다”라고 다르다고 <외로움의 철학>에서 읽었다. 외로움은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불편한 느낌이고 부정적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고, 고독은 긍정적 감정 상태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고......
할 말은 많고 글자 수는 제한이 있고.....
장자크 골드먼의 노래 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노래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의미가 불분명했다. 하나는 노래하는 사람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 다른 하나는 사랑을 더럽히지 않으려면 침묵해야 한다는 것, 아니면 정반대로 노래하는 사람이 사랑을 더는 원치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그림자가 있다네
사랑만이, 사랑만이 있지 않다네
그 안에는 방황하는 시간의 흔적과
약속도 들어 있다네
너는 사랑의 언어로 사랑을 말한다네
하지만 내게 그런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
양피지 위에 찍힌 밀랍처럼
볼모가 된 문장이 네게 필요하더라도
그러니 나를 알아주기를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너를 사랑하는 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에는 죽음이 들어 있다네
너만을 죽도록 사랑하는 이 내가
자기가 쓴 시에 죽고
자기가 쓴 시만을 읽는 내가
사랑한다는 말에는 질문이 들어 있다네
너도 나를 사랑하는지 묻는 나의 질문이
그러나 거짓된 계략으로는 이 세 단어에 답할 수 없다네
나를 알아주기를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너를 사랑하는 이 나를"
- p 317, 318
참 좋은 소설을 읽었다. 재미도 있고 수준도 있고, 남의 얘기 같지 않고,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게 특히 시댁을 싫어하는 거 같은 것도, 공감도 많이 되고.
가제본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읽고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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