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희노애락을 인생막사와 함께
인생은 막걸리에 사이다 살짝의 시를 읽고.
재미있는 시 책이다.
대충 훑어보고 주변정리후 자세잡고 읽어볼까 하다가 다 넘기게 된다. 한 권의 책속에 세상만사 희노애락이 다 담긴 듯하다. 다시 봐도 재밌고 아픔도, 짠함도 여전하고.
세탁기속에 함박눈이 내렸다.
~
누군가의 호주머니를 비집고 나온 그 얇은 휴지 뭉치는
허어연 눈발이 되어 검은 옷들 사이사이 빼곡하게 내려앉아
~
세탁기 속 검은 옷들이 나발이 났다
한참 들여다보다 조용히 뚜껑을 닫고 짐을 챙겼다
그냥 미친 척 이 집구석을 나가야 한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p18, p20
분노와 해결책 사이 당장 어떻게 하지 못하고 시간도 없는데 몽땅 도루묵이 되어버린 빨래들, 다 새로 해야 하는 이 막막함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웃음보 빵 터짐과 함께.
★ 누구나 한번쯤은 말을 잘못 알아들어서 서로 혼돈이 있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이 시속에서도 읽다가 웃음 픽 할 일화가 있다.
"아~ 참~ 모자..." "앙, 빠..,르....띠...." 내 몸은 벌써 아들방에서 모자를 찾느라 분주하다.
아무리 찾아도 앙빠르띠라는 메이커는 없는데?!
"앙빠르띠????" 아들눈에 물음표가 떴다.
"앙빠르띠꺼라며 모자가!..." 내 눈에 짜증이 떴다.
"모자 안 빨았지...
라고 말했어 나는.....
..................................
귓속에도 살이 찌나 보다..... p42~46
★ 같은 나이 다른 느낌
내 아들의 서른에서 내 남편의 서른이 보인다.
서른의 남편에겐 부양해야 하는 부모와 2살짜리 어린 아들
세상 물정 모르고 눈만 말똥거리는 철없는 아내
그리고 빚이 있었다.
한없이 어린 것 같은 내 아들의 서른에서
어깨에 한 가마니 짐을 진 내 남편의 서른이....
아리고 아프게 보인다. p96. 97
아들을 바라보는 눈과 남편을 바라봤던 눈동자
중년 넘어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게 바뀌어 있다.
힘겨운 세상살이, 만만치 않은 삶이 같이 아프다.
★ 부모님의 시선에서
아버지는 자식의 진가를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딸의 책을 주변에 선물하고,
엄마는 고단함이 녹아있는 딸의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는 게 속이 상하다. p158, 159
자식의 써내려 애쓰는 표현해내는 고단함을 바라보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듯 애틋함이 그려진다.
★ 아량의 시선에서
오늘이 첫날인 것 같은 그녀의 길 잃은 손이 그녀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
긴 줄에 주눅 든 학생은 거의 울고 있었다.
천천히 해요. 괜찮아요를 외쳤다
하루종일 버벅거릴 그녀에게 누구라도 버럭 하지 않기를 바라며. p 232, 233
알바생의 서툼과 당황함을 보고, 아들 딸을 떠올리듯, 배려와 격려의 말을 건네는, 엄마 시선에의 세상 모든 서툼을 보듬을 수 있을 거 같은 고운 마음이, 연민이 있다.
★ 표지가 넘 재미있고 예쁘다.
막걸리색 바탕에 평온의 그린외투, 어디라도 날라갈 수 있을듯한 무지개색 양말,
착한 마녀가 나타나 행복의 양탄자를 휙 날려보내줄 거 같은 상상이 저절로 든다.
★ 세상을 향한 작가의 바른 시선이 있고 지친 이들을 향한 위로와 응원이 있다.
어쩌면 살면서 나도 한번쯤은 겪었던 거 같은 일들이 실감나게 다가오고 솔직하고 기발한 표현에 공감하며 박수를 치게 된다.
책마음 출판사의 도서 제공 받아서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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