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마지막까지 도달하자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낸 가능성과의 조우는, 황홀한 희망이 아니라,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희망과의 조우였다. 그러나 이 희망이야말로 지성을 가진 인간이 선택해야만 하는 희망임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더욱더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어떤 인간적 정체성이 소유하고자 하는 기호의 결과임을 이제는 안다. 나는 이 기호를 선택해야만 했다.
할라스의 글은 어느 한구석에서도 소홀함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손끝에서 주조된 드레퓌스 사건은, 그 사건에 관계된 모든 인간들의 모습과 당시 그들을 둘러싼 모든 상황의 관계성과 상태를 세밀하고도 정확한 묘사와 일관된 어조로 진득한 무게감을 유지하면서 끌고 간다. 그의 글을 읽으며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모든 당시의 서사가 아무런 위화감 없이 구체적으로 구현되어 하나의 연속적인 장면을 그린다. 이 때문에 이 책은 선명한 화질을 유지한 채로 끝까지 전개되는, 상당히 잘 만든 르포르타주라고 칭할 만하다. 실천적 지식인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이 유명한 말의 탄생을 가능케 한 역사적 배경을 매끄러운 문체와 몰입감 있는 소설적 전개처럼 흥미진진하게 읽고 싶은 이가 있다면 반드시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