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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님의 서재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
  • 피오나 매덕스
  • 20,700원 (10%↓1,150)
  • 2025-12-10
  • : 89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낭만주의의 거장으로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내게는 사실 낯설다.

그동안의 난 조지 윈스턴이나 유튜버인 피아니캐스트 등의 음악을 즐겨들어왔지 정통 클래식 연주자의 곡을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기 때문이겠다.

오늘 책을 통해 라흐마니노프라는 사람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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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작곡가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어쩌면 난 그의 음악을 이미 여러 번 들어봤을 지도 모르겠다 싶다.

영화 속에서, 광고 속에서, 혹은 누군가의 연주 영상에서 흘러나오던 그 음악은 어떤 느낌을 내게 주었을까?

영화를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 영화 <탈주>에서 구교환의 연주 (일부분만 직접 연주했다고 하던데... ^^)로 들어본 "프렐류드 op.23 no.5" 는 조금은 쓸쓸하고 격정적이면서도 그러나 동시에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은 품위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만난 라흐마니노프에 대해 이 책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의 빛을 따라>는 바로 그 음악 뒤에 서 있던 한 인간의 삶을 조심스럽게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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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대한 작곡가의 업적을 찬양하는 전형적인 전기와는 조금 결이 다른 듯 싶다.

피오나 매덕스는 라흐마니노프를 ‘천재’라는 단어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좌절하며, 자기 의심 속에서 음악을 붙들었던 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특히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깊은 우울에 빠졌던 시기, 그리고 그 침묵을 뚫고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을 새롭게 대하도록 만드는 듯 싶다.

그가 만들어낸 장대한 화성과 깊은 서정성은 타고난 재능의 결과이기 이전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선 시간의 흔적처럼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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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인상 깊었던 하나는 그가 '피아니스트'와 '작곡가' 사이에서 겪었던 분열과 고뇌에 대한 부분이라고 해야겠다.

대중은 그의 연주에 열광했지만, 정작 본인은 연주 여행의 피로 속에서 작곡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에 괴로워했고, 20세기 초 현대 음악의 물결이 거세게 몰아칠 때 "나는 구시대의 유물인가"라고 자문하며, 당시의 음악 경향이 실험과 해체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는 여전히 낭만주의의 언어를 고집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선택을 보수성이나 한계로만 보지 않는다.

그런 점으로 인해 라흐마니노프가 늘 ‘시대에 뒤처진 작곡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저자는 라흐마니노프가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유행과 평가의 소음 속에서도, 그가 끝내 지키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소리’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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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이후의 삶 또한 이 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조국을 떠난 예술가로서의 고독, 성공한 연주자이면서도 작곡가로서는 늘 갈증을 느꼈던 모순된 위치는 라흐마니노프를 더욱 복합적인 인물로 만든다.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그 명성이 곧 내면의 평안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유독 ‘그리움’이라는 감정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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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이 남기는 인상은 한 음악가의 삶을 이해했다는 만족감보다는, 그의 음악을 다시 듣고 싶어진다는 충동에 가깝다.

라흐마니노프의 선율은 이제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이 아니라, 한 사람이 견뎌낸 시간의 무게로 다가오는 듯 싶다.

그래서 이 책은 전기라기보다, 음악을 통해 한 인간을 이해하려는 것으로 느껴진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가 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는지, 그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납득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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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화 속에서 들려지는 "프렐류드 op.23 no.5"를 다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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