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아리
귀욤희 2020/10/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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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해서
- 아리(임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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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
지금 나는 병원 입원실에 누워있다. 누워있는게 일상이 된 나에게 누군가 여행티켓을 줬다. 발리 우붓으로 지금 당장 떠나자고 손짓했다.
캐리어를 챙길 필요없이, 빈 손으로 나는 떠난다. 이 침대 위에서 그녀의 책을 펼쳐들고. 화장실말곤 아무곳도 갈수 없는 나에게 그녀의 책은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육아와 살림에 치이고 뱃속 아이를 위해 모든걸 내어주는 삶을 살면서 지치고 지친 나에게 이 책은 여행의 설레임을, 혼자라는 자유로움을 선물해주었다.
‘맞아, 어딘가 혼자 여행을 가야지 자유로워지는게 아니야. 지금 6인실 병실에서 침대라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난 충분히 자유로울 수 있어. 돌봐야되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보는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야. 어쩌면 지금이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순간이야.’
그녀는 나의 외로운 병원 생활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대학졸업 후 남들처럼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당당히 회사를 다니며 내 인생을 즐기며 살았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주말 여행도 곧잘 다니며 각자의 커리어를 쌓았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애엄마가 되었다. 같은 곳을 간다 생각했던 남편과 나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남편은 가장으로서 일을 하고 나는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귀여운 아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를 보는건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책사이에 끼워져 구겨진 종이조각처럼 어디에도 펼쳐지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이 책은 나의 이런 답답함에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었다. 상큼한 디자인의 책 표지부터 글 사이사이 들어가 있는 발리 우붓 사진들까지. 열대기후의 우붓에서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며 누워있는 기분이다.
결혼에도 휴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용감한 그녀. 그녀의 용기가 아름답다. 난 그녀처럼 아이를 데리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시도해볼 수 있음을, 꼭 떠나지 않아도 각자의 방법으로 결혼 휴가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녀가 길을 내어준 것이다.
그래서 나도 생각했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나 혼자 여행을 떠나보겠다고. 해외가 아니라도 몇일간의국내여행이라도 오롯이 혼자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다. 가족이 되었으니 모든걸 같이 해야된다고. 그래야 행복한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족이기 이전에 각자 개인인거고 그 개인의 삶도 존중되어야한다. 나는 나의 삶을 존중했던가. 나 마저도 나의 삶을 방기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녀의 발리 우붓에서의 생활이 그녀를 다시 피어나게 하였고 그 영향이 아이와 남편에게도 전해졌다. 변화된 삶. 누군가의 긍정적인 변화는 가족들에게 그 에너지가 온전히 전해진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성장하고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아이와 남편에게 선한 영향력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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