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시소'라는 제목만 봤을 땐, 인생그림책이라고도 하니 아,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우리 인생 이야기인가 싶었다. 고정순 작가의 책은 어른이 봐도 좋을 철학적인 책이 많기도 하니까.
내가 내려가면
네가 올라가.
네가 내려가면
내가 올라가지.
내가 내려갈 때도 있으니, 올라갈 때 겸손해라든가, 나도 올라갈 때가 있으니 지금 내려가 있어도 힘을 내자는 일반적인 메시지를 예상했다. 그래도 그림책인데, '내가 인생에서 성공하더라도, 상대방이 내려간다니 그건 좀 씁쓸한데.'라고만 생각했다가, 그 다음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역시 작가는 '그 다음'을 생각하는 구나. 네가 있어 볼 수 있었던 풍경들이 떠올랐다. 때론 사람에 지쳐 혼자 탈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숨고만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네가 없었다면 하늘까지 닿는 듯한 즐거움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고마웠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그림책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다른 풍경을 선사하고 싶어진다. 이기고 지는 사람 없는 시소니까.
그림처럼 딱딱한 시소 위에 작은 풀꽃들이 피어나는 듯 마음이 따듯해진다.
*신의 한수가 뒤에 하나 더 있다.
아이들도 그 장면이 나오기 전부터 묻는다. "뚱뚱이 고양이 언제 나와요?"
그러다가 고양이가 뚜둥! 등장하면 깔깔깔깔 웃는다. 집에 갈 시간이라는데 그렇게 웃는 아이들 처음 봤다.
*여자아이의 갈래머리 움직임이 특히 경쾌하다. 단발이었으면 동적인 느낌이 덜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