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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님의 서재
  •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 13,500원 (10%750)
  • 2005-07-20
  • : 20,911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를 읽고....


저는 이 책을 부산대학교 ‘인간행동과 심리’ 교양수업을 계기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자인 로렌 슬레이터가 저자로 대중의 인식변화를 가져온 10가지의 심리실험 사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심리에 대한 딱딱한 설명조로 쓰인 게 아니라서 저처럼 심리학에 관해서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또 10가지 심리실험의 배경이나 대중들 사이에 일으킨 반향, 찬반 의견 등이 상세히 서술되어 있으며 일반인의 처지에서 드는 생각들을 담담하게 쓰고 있어서 실험의 결과를 두고 개인마다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독자가 읽으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많은 실험 중 다음의 세 가지가 제게 많은 생각과 함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의 물음에 스탠리 ‘밀 그램의 충격기계실험’은 상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피험자 중 절반이 넘는 사람이 450V까지 누를 것이라고는 이 실험을 하기 전까지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나라면 안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긴 했었지만, 그 상황에 똑같이 처해보지 않고서야 과연 어떤 행동을 할지는 정말 모를 일입니다. 환경은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은 환경이 만들어놓은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양식을 변화시켜 적응이라는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실험은 어떤 양심의 가책을 느낄만한 상황에서 권위자가 책임을 면해주는 행동을 할 경우, 사람은 그 지시가 불합리하고 상대방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뒤로 숨겨버린 채 그의 권위를 그대로 따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면책이란 권위자의 묵시적인 동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합니다.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 것은 권위자가 꼭 사람이지 않아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많은 불합리함을 뼈저리게 느끼지만, 거기에 딱히 저항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개인이 시스템의 뒷면으로 숨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즉, 상황과 시스템이 우리 자신의 책임감과 이성의 기능을 마비시켜 버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도적인 부분이 많은 사람을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합니다. 이러한 권력구조는 우리의 사회 안에, 우리의 마음속에, 사람들의 상호관계 속에 뿌리 깊이 배어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권력 구조를 노리거나 그 권력 구조를 악용하면 우리는 자신을 스스로 지워내 버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시스템을 초래하였고 그게 우리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스탠퍼드 감옥실험’은 자신에게 주어진‘교도관’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시키지도 않은 사악한 행동을 일삼을 수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 실험입니다. 실험 속 내용을 읽고 있자니 이토록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는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잔인한 악마가 바로 우리 자신일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실험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이 환경을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사실이 이 실험을 통해 제대로 보이고 있습니다. 또 이 실험으로 개인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의 내재적인 특성이라기보다 상황일 수 있다는 의견을 지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의 의미를 깊게 깨닫고, 누구나 상황에 따라서 선인도 악인으로 변모할 수도 있겠다는 무서운 생각을 하도록 했습니다.

충격기계실험과 감옥실험 이 두 실험의 공통점은 어느 개인의 사악함과 잔인함은 기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인간이란 이성적이지만, 동시에 감정적 사악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천사에서 지옥으로 떨어져 악마가 된 루시퍼의 존재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인간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 보다가 몇 가지를 떠올려냈습니다. 인간은 각자의 행복을 실현 할 수 있도록 비전이 무엇일지를 항상 고민하고 생각해야합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는 현재의 내 상황을 가늠할 수 없습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고자 하는지, 이 조직에서 달성하려고 하는 개인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자주 상기시켜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환경의 힘에 휘둘리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구성원들이 함께 미래를 바라보며 협력할 수 있는 태도의 문화를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책임감과 결단력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를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가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정신으로 정신병원 들어가기’의 정신진단 타당성에 대한 실험에서는 정신병 환자라는 낙인이 찍힌 사람이 하는 말과 행동을 비정상인 것으로 간주하는 사회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나온‘진짜환자’들의 대다수를‘가짜환자’로 오인했다는 것을 살펴보면 현실은 정신병원 환자 중 정신병원에 가둬두지 않아도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정신병을 감정하는 데 있어서 과연 절대적인 기준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 현재 정신병원에 억울하게 감금되어있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닐 텐데, 그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정신병원에 감금하기 전에 확실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수의 기준과 다르면 무조건 정신병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소수의 기준을 정신병으로 낙인찍는 행위를 정신병원은 역사 속에서 꾸준히 해왔을 것입니다. 즉, 타인의 가치관을 어디까지 정상으로 규범 할 것인가의 문제일 텐데, 정신병이라는 진단의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실상 어떤지는 모르는 채로 꼬리표를 붙여대기에 그들은 스스로를 그런 존재로 만들 수밖에 없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반대로 정신병자가 바라보는 세상에선 정신병자 외에 다른 사람들이 다 미치광이로 보일지도 모를 것입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오히려 멀쩡한 사람에게 정신병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정신병을 앓게 된 것이 아닐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것은 상당수가 사람들의 편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 끝에 나는 과연 편견 때문에 누군가에게 괴로움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은 저마다 제각각일 것입니다. 자신이 기준이 되어서 세상의 어떤 면들은 확대 축소되고, 때로는 뒤틀린 채로 남을 것입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보고자 하는 대로만 보면서 눈에 보이고 느끼는 것만을 마치 전부인 양 믿는 바보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다가가서 직면하고 온몸으로 부딪쳐 진실로 보고자 하는 자세를 목표로 삼으며 나 자신을 반성해 보았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나의 편견과 마주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스키너는 미국의 행동주의 심리학자로 자신만의 상자라는 새로운 장치를 고안하여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풀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주무르는 대로 인간을 만들고 싶다는 스키너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어떤 힘으로 조종한다고 해서 인간의 행동을 하나하나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저의 마음속에도 알 수 없는 빛깔의 심리 상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상자에는 어떤 비밀이 존재하고 있는지 스키너와 함께 한번 살펴보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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