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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telle
  • 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 피터 브라운
  • 15,300원 (10%850)
  • 2025-05-08
  • : 1,894

<성인숭배>를 읽고 마침 도착한 같은 저자의 이 책을 통독했다.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교화에 관한 내용으로 1993년 케임브리지에서 진행된 강연을 바탕으로 정리된 책이다. 후기 고대의 그리스도의 전파와 승리는 콘스탄티누스가 개종한 312년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기존 이교도 전통들과의 대결과 흡수 그리고 적절한 봐주기 등이 결합한 복잡하고 오랜 역사로, 이 과정에서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교부들이 우주를 보는 상상 체계 자체를 그리스도교화 하는 등 세계관 자체가 변화하는 거대한 사건이자 오래 시간에 걸쳐 주도권을 쥔 그리스도교가 이교도 문화를 배제하거나 내부화 하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성자들이 '거룩함의 중재자'로서 6세기 이후 확고한 그리스도교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부록으로 저자 피터브라운이 직접 기술한 자신의 학문 여정이 나와있는데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공부한 도서관들에 대한 서술에서 부럽기도 했고, 각주에 대한 학자다운 평가에서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대한 기본 교과서로 여러번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한다.

5세기 초 아우구스티누스와 셰누테 같은 이들에게 '그리스도교화'의 핵심은 단순히 외적인 변화가 아닌 '문두스', 곧 우주를 보는 상상 체계를 그리스도교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우주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유일신의 배타적 권능 아래 하나로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스도교화- 서사와 과정, 30쪽

그러나 제국 서방에서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도교화의 기본 서사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이 서사는 당시 대다수 사람의 현실 인식과는 달랐습니다. 이는 우리와 후기 로마인들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지요. 4~5세기 다수의 그리스도교인에게 그리스도교화는 곧 이교 신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초자연적인 승리를 의미했습니다. 오늘날 역사가들에게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저 서사를 비판적으로 보았던 이들이 제시한 대한 서사가 더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리스도교화란 고대 세계의 뿌리 깊은 전통과 싸운, 느리면서도 영웅적인 투쟁이었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관점 역시 상당 부분 아우구스티누스 세대의 저술이 만들어 낸 서사 입니다.

그리스도교화- 서사와 과정, 58쪽

관용을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입장을 반대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어떤 도덕 원리, 정치 원칙에 입각해 그들을 억압하지 않기로 하는 태도"로 정의한다면, 고대 사회에 그런 관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불관용의 한계, 63쪽

서로 다른 집단들이 현실을 각기 해석하던 세계에서, 그리스도교 성인전에 반복해 등장하는 중심 서사들은 그리스도교 고유의 공통 감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거룩함의 중재자 -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의 성자, 127쪽

성자에게 다가간 사람들, 성자의 삶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그가 대체로 수직적이고 두호 관계로 얽혀 있던 후기 로마 제국 당시의 사회 구조를 영적 세계에 반영하며 하늘과 자신들을 중재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성자들은 기도를 통해 강력한 천사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문두스', 물질 세계 자체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리스도교에 바탕을 둔 상상력을 통해 이 세상을 하느님의 피조물로 품은 것입니다.

거룩함의 중재자 -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의 성자, 143쪽

어떤 연구는, 정교하게 쌓인 각주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습니다. 고대 후기 연구에서, 저자의 박식함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각주는 가장 깊은 역사적 층위에 도달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 할 수 있습니다.

부록 : 배우는 삶,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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