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말의 양심
  • 현대미술에 관한 101가지 질문
  • 주자나 파르치
  • 12,600원 (10%700)
  • 2012-10-15
  • : 175

1


순전히 표지 때문에 고른 책이 있다. 주자나 파르치의 <현대미술에 관한 101가지 질문>(경당, 2012)이라는 현대미술 안내서. 독일 뮌헨에서 미술사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1952년 생이고 박사이다. 청소년을 위한 미술사 안내서인 <미술의 집>으로 독일에서 문학상을 수상하고, 렘프란트, 파울 클레, 구스타프 클림프 등의 책을 통해 광범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다. 물론 알라딘에도 이 책밖에 번역된 저작물이 없다. 그렇지만 책 표지에 오스카어 슐레머의 <바우하우스 계단>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는 걸 보니 눈길이 확 끌렸다. 현대미술가들 중에서 덜 알려졌지만, 독일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의 회화 작품을 표지로 전면 내세운 책이다 보니 궁금해서 구매를 안할 수가 없었다. 슐레머는 조각가이자 안무가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에. (물론 평면 작가이기도 했지만)

 

그의 대표적 평면 작품인 <바우하우스 계단>은 현재에도 <바우하우스>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오스카 슐레머는 인체 구성과 해부를 여럿 그렸는데(데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바탕으로 유화 작품도 꽤 제작했다. 그 중에서 <바우하우스 계단>이 가장 회화적이고 유명하다.


오스카어 슐레머, <바우하우스 계단>, 1932, 뉴욕현대미술관

 


2


현대미술에 관한 책들을 일단 빠르게 꾸준히 모은 다음 야금야금 읽는 중이다. 그 가운데 표지에 혹해서 읽은 책. 101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알리려는 목적 아래 집필된 현대미술 입문서다. 현대미술을 안내하는 입문서 치고는 도판도 흑백이고 배판도 좀 작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은 책이다.

 

물론 내용은 괜찮다. 여기 등장하는 예술가가 무려 240인이다. 367페이지의 작은 책(A5 정도) 치고는 무척 많은 현대미술가들을 수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 뒤의 부록으로 이들을 색인화하여 소사전을 제공하고 있으니 정보량에서도 알찬 책이다. 문제는 도판에 있다. 흑백이라도 소개해 주면 감사한데 도판 없이 설명만 간략하게 있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느낌이 강하다.

 

장단점이 뚜렷한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읽을만하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 물론 101가지 물음에 저자가 짧게 대답하는 형식으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책이다 보니, 체계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101가지의 개별적 물음을 통해 진지하게 더 생각하고 주제를 심화하여 공부해 나갈 수 있다. 질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몇 가지만 살펴보자.

 

4. 현재의 모든 경향을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7. 지금 우리가 동시대의 미술, 현재의 미술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까요?

11. 현대적인 교회미술도 존재할까요?

21. 미술가 단체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27. 앤디 워홀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31. 20세기 최고의 미술가는 누구일까요?

32. 추상주의와 추상표현주의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34. 추상, 비구상, 구체라는 용어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37. 현대미술에서 재료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45. 미술은 현대의 미디어에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49. 현대미술에서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50. 해프닝, 이벤트, 퍼포먼스는 연극과 시각예술이 결합한 것인가요?

60. 공예와 디자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63. 밀라노의 디자인과 동시대 미술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74. 현대건축과 세계화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82. 언제부터 여성이 미술가로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나요?

97. 미술가에게 교육이 필요할까요?

99. 현대미술에는 사용 설명서가 필요한가요?

 

질문 하나하나가 거의 책 한 권 수준으로 답해야 할 주제들이다. 하지만 대답은 너무 간략하다. 예컨대 45번인 ‘미술은 현대의 미디어에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란 물음에 대한 답은 달랑 반쪽 분량이다. 이 책에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제일 짧다. 헌데 짧아도 될 듯싶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세부적인 내용이 풍부하게 검색된다.

 

“오늘날의 미술은 다양한 미디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느 매체에서나 미술이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같은 미술과 미디어의 밀접한 관계는 독일 카를스루에에 세워진 ‘예술미디어센터(ZKM)’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요. 그것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강연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박물관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p145)

 

45번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이 짧은 대답의 핵심 키워드는 KZM이다. 예술미디어센터를 처음 들어봐도 괜찮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정보가 쭉 뜰 정도로 공히 알려진 정보이다.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디어로 바라본 인간과 세계>라는 전시가 있었다. 국현미가 독일 KZM과 공동 기획한 교류전이다. 이 정보만 검색해도 미술과 미디어의 관계를 풍부하게 살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술가 한스 하케를 다룬 80번 질문, “베를린 국회의사당에 설치한 한스 하케의 <국민에게>는 왜 논쟁거리가 되었나요?”에서 저자는 한스 하케를 3페이지 정도를 할애해 설명해 주고 있다. 작품 이미지도 없어 하케가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역시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한스 하케에 대한 정보가 이미지와 함께 주르륵 나온다.


보통 미술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한스 하케를 모르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이 책을 통해 그 키워드를 탐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빈약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폭넓게 공부할 수 있기에 책을 사전 형식으로 활용하면 아주 좋다. 한스 하케의 <국민에게>라는 작업물도 사진으로 찾아볼 수 있다.

 

  한스 하케, <국민에게> 


3


특이하게 본 책에만 소개된 미술 작품(미술가)이 있다. 구글 검색으로도 작품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챗 GPT로는 인명 정보는 찾을 수 있지만, 작품 이미지는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예컨대 빌리 볼프. 동독 사회주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1970년 빌리 볼프가 제작한 <레닌>은 최초의 러시아 팝아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본 책에만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다. (검색으로 찾을 수 없음!)

 

이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요 작가들이 이 책에 100명 이상 수록되어 있다. 알바르 알토, 크리스 오필리, 다니엘 스포에리, 알렉산더 키놀트, 제프 월, 빌리 지테, 다니 카라반, 아르눌프 라이너, 프란츠 폰 렌바흐, 알베르트 렝거-파치, 더글라스 고든 등. 아마 처음 듣는 작가들이 많을 듯한데, 비이오 아트 예술가, 건축가, 설치미술가 등이 많기 때문.

 

그래도 검색을 통해 이런 현대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독서 방법일 듯하다. 저자의 빈약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매울 수 있기에 책의 활용도에 따라 가치는 달라지겠다 싶다. 부록으로 실린 <유럽의 주요 현대미술 전시장> 정보는 끝내준다. 여행 가서 둘러볼 좋은 정보이지 않을까. 여러모로 다채롭게 읽을 수 있는 동시대 미술 안내서라 아니할 수 없다. (끝)

 

[덧]

본 책은 동시대 미술 인명 및 서지 가이드로 집필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독일권 동시대 미술가를 이렇게 풍부하게 알려주는 책도 드물기에. 검색해서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빈약한 설명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