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미술작가가 뭐냐면>(더디퍼런스, 2024)이란 책을 읽었다. 나도 초보 작가 나부랭이이기 때문에 미술작가에 대한 안내서는 눈에 띄는 즉시 구입하여 읽는다. 놀랍게도 이 책의 저자인 이계진은 30대 초반의 신진 작가이다. 이 책 역시 미술작가의 저작이기에 ‘누구나 미술작가가 될 수 있다’는 사탕발림으로 시작한다. 왜 그런지 몰라도 작가들(특히 미술!)은 누구나 미술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미술작가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려주는 책인데, 이거 괜히 사서 읽었다. 서점에서 넉넉잡고 3시간이면 ‘초보 작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책이다. 그냥 블로그에서 A4 4장 정도로 깔끔하게 초보 작가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면 됐지, 이런 책은 왜 냈다 싶다. 다 읽고 돈이 정말 아까웠다.
책 겉표지 안내대로 이 책은 그림 그리기부터 전시, 작품 판매까지 안내되어 있긴 한데, 매우 피상적이다. 미술계에서 아트(art) 작가로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는 책치고는 밀도가 많이 떨어진다. 단체전이나 개인전 한 번 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이면 건질 게 별로 없는 안내서다. 정말 이제 막 ‘전시를 한번 해 볼까’하는 사람이 보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 있기는 하다.
7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1-2장까지는 미술의 기초, 즉 자기가 미대 입시 준비했던 이력에 대한 내용(미술 기초는 중요하다!)이고, 3-4장은 그리는 방법과 그림 감상하는 방법에 대한 기본 안내이다. 미술작가가 되기 위한 기초 안내 정보. 이런 내용은 유튜브만 봐도 얼추 알 수 있다. 미술 기본기에 대한 정보와 그림 감상법에 대한 정보는 이 책의 내용보다 좋은 유튜브 영상이 널렸다.
이런 류의 책, 그러니까 신진 작가가 예비 미술작가에게 자기의 경험을 알려주는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정보가 이 책에는 빠져있다. 즉 초보 작가가 어떻게 창작하고(주제와 대상을 어떻게 선정하고), 공모전이나 레지던시에 어떻게 하면 선발되는지 그 생생한 경험담이 빠져있다는 말씀. 물론 전시계획서를 어떻게 쓰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책에는 대관 전시와 공모 전시 그리고 개인전을 열기 위한 과정을 알려주긴 하지만 공모 작가 선정 방법이나 레지던시 선정 방법의 노하우 정보가 통째로 빠져있다.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없다는 사실. 개인전을 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비용을 보조해 주는 협회에 어떻게 준비해야 선정되는지가 빠져있다는 말. 그냥 어디서 지원금 준다더라는 정보가 전부다.
물론 저자는 무료로 개인전을 할 수 있는 공모전이나 개인전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미술 단체에 선정된 이력이 꽤 된다. 그렇다면 어디 어디서 이런 공모전이 있고 이런 보조금을 주는 단체가 있는데, 여기에 선정되려면 이러이러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왜 빠뜨렸을까? 개인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그렇게도 새새하게 나열하면서 왜 가장 중요한 선정 노하우는 왜 쓰지 않았을까? (정말 괘씸한 부분이다)
핵심 노하우가 없는 안내서는 읽으나 마나 한 책이다. 한마디로 돈을 벌 수 있는 자게서에서 자기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핵심만 쏙 빼고 나머지 부가적인 것들만 열거해서 자신의 출판이력만 추가하는 꼴과 다를 게 없는 책이다. 창작의 길을 걷는 예비 작가들에게 건네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이야기라고? 이런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라는 의미로 리뷰를 남긴다.
덧
1. 이 책이 궁금하면 서점에서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되겠다. 2장의 마지막 절과 3장, 4장만 읽으면 왕초보 작가가 궁금해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절대 구입하지 마시라!
2.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정보'는 아트허브나 네오룩에 올라온 정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 이제 막 시작하는 작가로, 경력 10년 도 안된 신진작가가 이런 책을 쓴다는 자체가 놀랍다. 신진작가로서 자기보다 더 초보인 작가들에게 뭔가를 알려주기 위해 이런 책을 썼다고 한다면, 위에서 내가 언급한 대로 자신이 선정되어 뭔가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다면 어떻게 선정되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이 적시되어야 자기가 말한 바있는 책 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텐데, 왜 정작 그 중요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쏙 빼놨는지 의문이다. 대외비인가? 그렇다면 이런 책은 왜 썼을까? 자기 경력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