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조지혜님의 서재
  •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
  • 이세현
  • 15,750원 (10%870)
  • 2026-06-25
  • : 3,630
좋은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책이 아닙니다. 어른의 마음에도 오래 머무는 문장을 남기는 책입니다. 이세현 작가의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가 그런 책이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볏짚도깨비 도롱이와 별똥이는 소나기에 휩쓸려 길을 잃은 눈뭉치도깨비 조랭이를 만납니다.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만년설 과수원에서 온 조랭이는 더위에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두 친구는 조랭이를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그렇게 세 친구는 함께 여행을 떠나고, 눈의 나라에는 초록빛 여름이, 여름의 아이들에게는 새하얀 겨울이 찾아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조랭이가 친구들에게 환하게 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내가 여름을 데려왔어!"
그 한마디가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살아보지 못한 계절을 데려오는 사람입니다. 어떤 친구는 내게 용기를 알려 주고, 어떤 친구는 기다림을 가르쳐 줍니다. 또 어떤 친구는 내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 줍니다.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계절을 만나는 일과 닮았습니다.
이 그림책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눈의 나라와 여름의 나라는 전혀 다른 세계지만, 누구도 상대를 자기 모습으로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기꺼이 나눕니다. 여름의 풀과 꽃을 선물하고, 눈과 얼음 과일을 내어줍니다. 그렇게 서로의 세계는 더 넓어집니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학교는 서로 다른 성격과 환경, 문화를 가진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는 작은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책은 "다름을 이해하자."라고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름다운 이야기로 보여 줍니다. 함께할 때 세상은 더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엇보다 이세현 작가의 그림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한국화의 여백과 먹선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 장 한 장이 전시회에 걸린 작품 같습니다. 여름의 초록과 만년설의 흰빛이 만나는 장면은 그림책을 넘어서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교실에서 계절과 우정을 이야기하기에도, 어른이 조용히 펼쳐 보기에도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올여름, 시원한 에어컨보다 먼저 마음을 맑게 식혀 줄 책을 찾고 있다면 《하얀 여름을 데려왔어》를 추천합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