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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기에
서비스업
대굴대굴  2026/09/17 05:26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서비스업의 영역은 밑바닥에 자리 잡았다. 누군가에게 고개를 숙이고 굽신거리는 일. ‘손님은 왕이다’란 문구를 널리 퍼뜨린 업종. 90년대 어느 시점, 친구와 농담 삼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고객으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버르장머리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건 다 백화점 때문이라고. 지금이야 그때와 다르지만, 무조건 손님이 옳다는 서비스 마인드가 최우선이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와 다른 건 이뿐만이 아니다. 서비스업의 영역은 이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위아래 총망라해서 펼쳐진 상태다.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등 법과 관련된 직업부터 의사에 이르기까지. 경쟁과 생존을 위해 많은 직업이 서비스업을 자신에게 이식시켜야만 했다.


시대가 바뀌고 흐름이 바뀌면 그에 맞춰 변화를 가져가는 게 맞다. 그럼 정치는 어떨까? 존재하는 많은 나라가 엄청난 구조적 모순을 떠안고 있다. 그 모순을 해결하려면 결단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구도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다. 광범위하고 근원적인 정책은 모호하고 뜬구름 잡는데다 제대로 될 거라는 확신도 없다. 게다가 정책의 주체가 하필이면 그 모순에 기대 꿀을 빨거나, 모순을 외면하던 세대다. 이러니 어떤 정치인, 어떤 정당이 정권을 잡든 일관성은 말할 것도 없고 추진력도 얻기 힘들다. 효과가 빠르고 명확한 정책은 포퓰리즘으로 인식되거나, 아니면 특정 계층, 부류, 직업군에만 혜택을 준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이념이나 신념만으로 정치를 하는 시대는 아주 완전히 끝장이 난 거 같다. 트럼프가 괜히 두 번이나 대통령이 된 게 아니었다. 정치인도 이제 서비스업 종사자다. 소비자의 취향과 변화를 빨리 잡아내고 원하는 바를 즉각 제공하면서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소비자의 지갑을 열 듯 유권자의 마음을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이 글은 현실일까? 조롱일까? 원래는 ‘정치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 듯하다’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는데 쓰다 보니 모르겠다.


“안 할 거야? 어? 안 할 거야? 어? 안 할 거야? 어? 어? 어? 어? 어버버버. 어버버버.”


꼬리말1) 최근 가장 많이 본 쇼츠는 과거 코미디빅리그에 나왔던 조수봉 캐릭터. 글의 마지막은 버퍼링 걸린 조수봉이다. 쇼츠를 보며 한참을 웃었는데 이 글을 이렇게라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꼬리말2) 이 글은 한참을 묵혔다. 쓰다 보니 조롱처럼 느껴졌고,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조롱하는가란 의문을 떠올렸지만 그 대상을 특정할 수 없었다. 정치인, 유권자, 시대, 세대. 어쩌면 싸잡아서 욕하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는 건 그저 배설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잘 알기에. 멈춰 서서. 더 살피고. 더 생각하기. 그러니까 지금은 마지막 인용부호 안의 문장들과 두 개의 꼬리말만 추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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