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출근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새벽 5시. 여느 때처럼 부스스 일어나서 고양이 화장실 치우고, 고양이 빗질한 후 고양이 간식을 준다. 바깥이 짙은 어둠은 아니지만 이젠 제법 어두워서 불을 켠다. 얼마 전만 해도 불을 켤 필요가 없었는데. 고양이 관련 업무를 마치고 커피에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서 세수. 아, 일하러 가기 싫다. 일주일 내내 일하다가 주 5일 일하고, 이제 이틀만 일하는데 이것도 하기 싫어진다. 조만간 놀겠구나. 곧 일어나기도 싫어서 무덤 파고 들어갈 생각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일하기도 귀찮은 판에 당장 집 청소를 시작해야 한다. 돌돌이로 마루를 밀다가 욱해서 고개를 번쩍 든다. 고양이 녀석 털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렇게 매일 청소할 필요 없는데! 지금 고양이는 캣타워 아크릴 해먹에 들어가 자는 둥 마는 둥 나를 살피고 있다. 한 다리 바깥에 척 걸치고서. 건방진 저 녀석이 털 청소만 해줘도 내가 이렇게 매일 청소할 필요 없는데! 에잇! 불을 탁 끄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득 담아 획 돌아선다.
응? 처음엔 식탁 위 불이 켜져 있는 줄 알았다. 밝은 베이지 계열 벽지가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변에 무드등이나 백열전구가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분위기다. 뒤를 돌아봤다. 홀린 듯 걸어 베란다 창 앞에 서서 한참을 쳐다봤다. 이런 강렬한 이미지는 처음 보는 거 같은데. 핸드폰을 가지고 오다가 시야에 들어온 건방진 고양이. 야야, 봐라 봐, 태양도 열 받아서 불을 뿜잖아. 하는 일도 없으면서 허구한 날 얼쩡대다가 비만 뿌린다고 구름한테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모양이네. 활활 타겠다, 타겠어. 고양이는 ‘그래, 짖어라, 짖어’ 뭐, 그런 느낌. 내 경우는 뜬금없이, 수시로 욕받이로 등장하는 강아지 탓에 고양이랑 함께 개도 입양했던가, 하는 그런 느낌. 내가 또 진 거 같은 느낌에 얼른 옷 갈아입고 빠이빠이 손 흔들고 집을 나선다.

아파트 공동 현관문을 나서는데 뜻밖의 환대에 놀라 얼른 뒷걸음질 친다. 비가 온다고? 비가 내린다. 땅바닥이 빗방울의 파편으로 점점 색이 진해지고 있었다. 불구덩이 같던 사진을 찍은 게 10분이나 됐을까 싶은데. 아니, 이 양반이 아까는 얼굴을 그렇게 붉히며 야단법석이더니 이게 뭐 하는 짓이래? 무슨 가스레인지 불이야? 스위치 돌리면 바로 꺼지게? 속으로 꿍얼대며 우산을 꺼내다 조금 전 열심히 고양이에게 손을 흔들고 나온 내 모습이 떠오른다. 흠. 까만색 우산이 머리 위로 펼쳐진다. 우산을 다른 색깔로 바꾸든지 해야겠어. 지체된 발걸음을 서둘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