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0분.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 확인한 시각이었다. 다른 때 같으면 새벽 3시쯤에 깼는데 이번 주는 너무 더운 탓에 산에 가질 않았더니 조금 빠른 시각에 눈을 뜬 모양이다. 삼층장 꼭대기에서 자던 고양이가 인기척에 고개를 쳐든다. 녀석이 쓰는 화장실을 치우고 있으면 따라 나와 간식을 달라고 조를 것이다. 어차피 이 시간에 일어나는 건 고양이 간식 때문이니까. 할 일을 다 하고 에어컨을 끈다. 종일 혹사 중인 에어컨에 아침까지 쉴 틈을 준다. 안 그랬다간 터질지도 모른다. 다시 잠을 청한다. 이번엔 소파에서 잔다. 고양이는 베란다 턱에 걸터앉아 바깥 구경 중이다. 아침에 출근하려면 잠이 빨리 들어야 하는데.
다시 눈을 떴다. 새벽 3시 20분. 너무 더워서 깼다. 낮 기온 39도를 사흘 정도 기록하더니 새벽에도 에어컨의 효력이 오래 가질 못한다. 마룻바닥에 내려와 큰대자로 눕는다. 바닥의 시원한 기운에 그나마 좀 낫다. 바닥에 들러붙는 선택은 나보다 고양이가 먼저였다. 에어컨 근처 바닥에 옆으로 길게 누운 검은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에어컨이 작동하는 동안 얼음장처럼 가장 시원해지는 장소다. 눈을 감고 있는데 녀석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내 머리 옆 어딘가에 자리 잡는다. 자라, 아저씨 더 자야 한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는데 고양이가 방석 밑에 들어간 빵끈을 잡겠다고 요란이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 중 하나다. 뒹굴며 오두방정을 떠는 녀석을 보며 미안한 생각이 얼핏 스친다. 나 이외엔 아무도 없는 세상을 만들어줘서. 사람에 대한 사회성은 전무하고 고양이에 대한 사회성도 신통치 않아 보인다. 다른 아이를 입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덥다. 도저히 안 될 거 같아서 에어컨을 다시 켠다. 소파에 누워서 찬바람을 만끽하는데 녀석이 캣타워 꼭대기 아크릴 해먹에 들어간다. 한 다리만 해먹 밖으로 뻗고 잠을 잘 태세다. 에어컨이 켜지면 캣타워 주변이 시원해진다는 걸 이제는 안다. 녀석은 집고양이다.
잠을 잔 건지 모르겠다. 집을 나서면서 인사를 해보지만, 녀석은 뚱하다. 인사도 안 해주고. 흥이닷. 하나도 안 미안하다. 아저씨는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중이라 꽤나 변덕스럽다.
꼬리말) 놀랍게도 지난 주 토요일에 쓴 글이다. 이 날 밤을 시작으로 새벽 날씨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