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어느덧 여기에

매주 더위가 남달라진다는 느낌이라 다음 토요일엔 어떤 얘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지난 토요일 더위는 색달랐다. 일을 하다 보면 매장 밖으로 잠깐이라도 나갔다가 들어올 일이 있는데 그때마다 의욕이 한풀씩 꺾였다. 뜨거움도 뜨거움이지만 기다렸다는 듯 몸을 휘감는 습도 때문이다. 몸으로 스며들어온 습기가 내부의 의욕마저 희석한달까. 한 번 꺾인 의욕을 에어컨으로 되살려보지만 그때뿐이다. 이런 느낌을 가져다준 더위는 이번이 처음이지 싶은데.


일요일. 어제 하루 겪었다고 그나마 낫다. 온도나 습도가 어제보다 좋아진 건 아니지만 의욕이 꺾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밝은 표정으로 이 공기 속을 활보할 순 없었다. 얼굴은 절로 찌푸려진 채 발걸음은 터덜터덜. 머릿속 사고회로가 물에 잠긴 듯 허우적대다가 뜬금없이 무언가 하나를 건져 올린다. 끊임없는 자극에 분노와 좌절이 몰아치던 그 어떤 시절을. 그때 내 삶이 뜨거웠었나? 아니, 차가웠던가? 온도 때문에 떠올린 건 아닌 모양이다. 아마도 피할 수 없는 이 긴 여름 때문일 것이다. 얼른 문을 열고 매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때도 그랬다. 내 안으로, 내부로 피해서 가라앉았었다. 그뿐이었다. 매장 내부 시원함 같은 건 내 안에는 없었으니까. 지금이, 이 여름이 그 시절에 비하면 천국이구나.


월요일. 이번 주 중부지방은 기록적으로 더울 거라 했다. 밖에 나가 몸으로 실감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고양이가 아침 햇볕을 피하는 중이다. 이 시간이면 마루 베란다 타일 위에서 배회할 녀석이 오늘은 마루 중간쯤에 주저앉아서 햇볕을 가늠한다. 오전 9시에 30도라. 집안일하다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10시 반쯤 에어컨을 켠다. 부엌 창가에 찌그러져 있던 고양이가 그제야 베란다로 쪼르르 달려간다. 공기가 시원해질 테니 햇볕을 쬐겠단다. 집고양이라면 에어컨의 효용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따 산에 가야 하나? 못 돌아오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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