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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기에
변화
대굴대굴  2026/07/30 07:11

금요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토요일에도 그칠 생각은 없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마루 쪽 베란다 방충망을 열고 안을 살핀다. 잘 버틴다 싶었는데 빗물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에휴. 건물을 새로 짓기 전엔 누수를 막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듯. 고양이, 오늘 베란다는 워터파크 개장 관계로 영업 안 한다. 열심히 손을 흔들어보지만, 사춘기 딸내미의 빨리 나가라는 눈빛만 한 움큼 얻어맞았다. 흥, 못된 자슥.


일요일. 퇴근하고 돌아오는데 드디어 집 근처 도로에 아스팔트를 깔고 있다. 흙먼지로부터 이제야 해방이 되는구나. 없어 봐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하지만, 솔직히 아스팔트가 이리 반가울 줄은 몰랐다. 아스팔트 없는 도로에 차들이 다니면서 일으키는 흙먼지는 정말이지 엄청났다. 너무 기뻤던 탓일까? 베란다 외부 창 앞에 앉아서 고양이와 함께 아스팔트 깔리는 광경을 멍때리고 관람했다. 오, 요즘은 깔자마자 위로 차가 다녀도 되는구나. 야, 저 방정맞게 움직이는 조그마한 불도저는 뭐냐? 어라, 아스팔트 위 글씨는 저렇게 해서 사람이 쓰는구나. 반백 년을 넘게 살아도 궁금하고 신기한 건 어쩔 수 없다. 고양이야 말해 무엇 하겠나.


월요일 늦은 오후. 산에 오른다. 금요일부터 토요일에 걸쳐 내린 많은 비가 산에 있는 많은 것들을 깨운 모양이다. 푸르름이야 여전하지만 식물들은 벌크업을 했는지 길을 막고 텃세를 부린다. 인간, 지나갈 거면 돈... 아니, 공손히 게걸음으로 지나가라. 다행히 난 옆으로 가는 걸 좋아한다. 지하철만 수십 년째다. 러브버그도 늘었다. 아우, 눈꼴 시러버라. 저리 꺼져라, 꼴 보기 싫다. 들고 있는 물병으로 역시 길막하는 벌레들을 탁탁 쳐내며 걷는다. 그러다 무심코 만난 말벌. 둥글고 큰 녀석이 아니라 날씬하고 무늬가 선명해서 마치 로봇 같은 느낌이 나는 녀석이다. 한동안 말벌이 없었는데. 느닷없는 출현에 나도 모르게 공손해져 물병 내리고 슬금슬금 지나간다. 드디어 정상. 식물이랑 곤충과 기싸움하며 올라오느라 마음에 안식을 가져다줄 존재가 필요했는데….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다! 이럴 수가. 좌절하는 와중에 주위를 둘러보다 성벽 아래쪽 까만 줄이 움직이길래 가까이 가 보니 개미 떼다. 성벽을 따라 1m 정도 줄을 지어 이동 중이다. 많아도 너무 많구나. 너희도 비 때문에 집에 물이 새니? 내가 그 심정 잘 알지. 나는 두 손 놓고 있는데 너희는 집을 새로 짓니? 아님 구멍을 다시 파나? 대단하다.


변화가 심했던 요 몇일. 이렇게 사소한 일상에서 변화를 알아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내 삶은 충분히 여유로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꼬리말) 6월 말 풍경이다. 올해 러브버그는 확실히 기세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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