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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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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굴대굴  2026/07/03 09:27

배재고 야구부에 6개월 출장 정지가 결정됐다. 처음 응원 구호를 들었을 때 득달같이 달려들었던 놀라움과 어이없음이, 징계 소식을 듣고 착잡함과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특정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특정 단어를 썼단 얘기는, 그 기원까진 모른다 하더라도 현재 어떤 맥락으로 쓰인다는 건 알았다는 의미일 텐데.


자러 가기 직전, 스마트폰을 들고 가다가 아무 생각 없이 네이버의 뉴스 섹터를 봤다. 기사 제목은 모르겠다. 클릭해 들어간 그 내용엔 정치인들이 SNS를 통해 배재고 야구부 징계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고 있음을 알렸다.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정치 참 편하게 하는구나. 갈라치기와 적대의 최전선에 있는 자들이 이젠 자신들이 누리던 무책임까지 선물인 양 다음 세대에게 물리려 하나. 정말 가혹한 건 말이다, 6개월이든 1개월이든 내려질 징계 자체가 아니라 이 아이들에게 찍혀버린 낙인이다. 스무 살도 안 된 청소년들에게 다가올 미래를 앞에 펼쳐질 길이 아닌 조여오는 숨통으로 만들어버린 게 정말 가혹한 거다. 그리고 이건 여전히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나 아님 안돼’를 외치는 당신들이 일구어낸 현실이다. 그러니 가증스럽게 문장 몇 개 던져놓은 후 걱정하는 척하지 말고, 여야 불문 국민 앞에 고개라도 숙여야 할 일이다. 가해자로서 책임을 지고 나올 이 아이들의 숨통을 더 이상 조이지 말아 달라고. 피해자이기도 한 이 아이들이 힘겹게라도 나아갈 길을 조금이라도 열어 달라고. 안 그러겠지. 자기 자식이 아니니까. 더 거창한 일이 많을 테니까. 내가 어른이란 사실이 정말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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