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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기에
아집
대굴대굴  2026/06/21 18:35

지난 토요일(5월 16일). 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집안 온도가 예사롭지 않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은 건 며칠 됐지만 밤에는 선선했는데 이날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밖은 시원했는데 집안이 그렇지 않았다. 고양이도 축 처져서 한여름 자태를 내보이는 걸 보면 나만 더웠던 건 아닌 게 분명했다. 내가 취한 조치는 딱 하나뿐. 부엌 쪽 자그마한 창을 열어놓는 거였다. 그렇게 월요일(18일)까지 버텼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부엌뿐 아니라 마루 쪽 창문까지 열면 바람이 시원하게 가로지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상식을 가로막는 게 하나 있었다. 집 앞에 공사 현장이 있었는데, 요즘 마무리 단계로 보도와 차도를 새로 만드느라 먼지가 말도 못 하게 많았다. 그게 이유였다. 내가 마루 쪽 베란다 창을 열지 않는. 그런데 그게 불합리한 생각이라는 걸 나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머릿속에서 각종 이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거든. 집수리 중인 윗집에서 난방을 확인하느라 난방을 켜놓은 게 아닐까? 윗집에 사람이 없어서 환기를 안 하니까 낮 동안 가열된 열기가 우리 집으로 내려오는 게 아닐까? 몇 가지 이유를 만들어가며 마루 베란다 창을 열지 않는 내 선택을 정당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월요일 밤. 큰누나 집에 다녀오면서 현실을 직시했다. 선선했던 거리와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도 시원했던 누나 집. 내가 틀렸음을 알았다. 아니, 진작에 알고 있었다. 집에 와서 마루 베란다 창문을 살짝 열었다. 바람이 통하는 게 느껴졌다. 얼마 안 있어 집안 공기가 변했다. 그러니까 내가 바보였다.


쓸데없이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신념이나 믿음을 위해 그러기도 하지만 자존심과 귀찮음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타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럴 때도 있다. 어떤 이유든 살면서 한 번쯤은 그래봤을 거다. 고집이라면 그나마 다행인데, 아집이라면. 아무리 잘났어도,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올바른 선택만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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