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참 좋은 날이었다. 하늘색 하늘과 쨍한 햇빛과 하얀 구름. 구름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도드라지는 날씨. 남자는 베란다 창을 통해 고양이와 함께 밖을 내다보는 중이다. 그때 비둘기가 창 바로 앞을 지나 윗집 에어컨 실외기 받침대에 앉는다.
까각 까각 까가가각 (고양이 채터링 소리. 솔직히 그 소리를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모르겠음)
오오! (남자가 놀라는 소리)
고양이가 앞발로 베란다 창을 짚으며 몸을 일으킨다.
아서라, 고양이. 벌레도 못 잡는 게 무슨 비둘기를. 쪼인다, 쪼여.
냐아웅.
연이어 비둘기 두 마리가 바로 앞을 지나 옥상 쪽으로 사라진다.
냐아옹, 냐아웅.
오오! (남자가 또 놀라는 소리)
남자는 돈 냄새를 맡고 이때다 싶어 말을 내뱉는다.
너 인마, 이 정도면 돈 내고 봐야 하는 거 아니냐?
... (무시)
고양이, 양심이 좀 있어봐라. 그럼, 나 없는 동안 바닥 청소라도 좀 해놓던가.
... (또 무시)
너는 내 말이 들리기는 하니?
... (그냥 무시)
남자는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오늘 옷을 잘못 입었어. 이런 옷을 입고 고양이한테 투덜대봤자지.
날씨 참 좋네, 그치?

(옷에 프린팅된 고양이와 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