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구석에서 마루 전체를 조망 중이다. 벌레를 노리는 게 아니다. 지금은 윗집 수리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경계한다고 보면 될 듯. 타고난 천성이 조심스러운 녀석이라 불안한 심정으로 영역을 바라본다. 내가 무슨 말을 해봤자 당연히 소용없고, 그저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이겨내야 하겠지만 집수리란 개념은 고양이에겐 이해할 수 없는 범위니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겠지. 그래도 조금씩 적응하는 모습이라 다행이긴 하다. 첫날은 온종일 침대 밑에 숨었고, 둘째 날은 낮은 포복으로 들락날락하다 셋째 날부턴 더는 숨지는 않는다. 하늘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깨달은 모양. (5월 초에 썼던 글)
얼마 전 글에서 천장에 난 틈 얘기를 적은 게 있었다. 사실 그게 끝이 아니다. 당시 난 버티곤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였다. 긴장과 불안과 두려움이 모든 생활 영역으로 스며들던 때.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집 곳곳에 생긴 금이었다. 쩍 벌어진 금부터 미세한 실금까지. 지은 지 20년이 넘었을 테니 건물에 금이 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내 불안은 수많은 금을 포착했고, 그 사이로 스며 들어 집안 전체를 장악했다. 길가에 자리 잡은 집이라 바로 앞 도로로 버스가 지나다녔는데, 그럴 때마다 도로변을 향한 창문이 울리곤 했었다. 그렇게 모든 현상이 모여 나를 짓눌렀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으로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왼쪽 담벼락에 선명하게 가로로 금이 가로지른다. 오른쪽으로 꺾어서 다시 계단. 왼쪽 건물 벽면에 자잘한 실금들이 내 진행 방향을 따라 퍼져 나간다. 바로 위쪽에 내 방 창문이 있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실내에 들어온다고 달라질까? 내가 들어온 곳이 균열로 둘러싸인 곳인데. 잠시 앉았다 일어나서 벽 쪽을 향한다. 벽지 뒤로 대각선 방향의 금이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손끝으로 금을 따라 벽지를 만져본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지금 생각해 보면, 놀랍게도 나 자신을 집에 투영시키고 있었다. 무너질 거라는 두려움, 버텨야 한다는 절박함. 어쩌면 그게 나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한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에 잠겨 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여전한 소음, 여전히 구석 자리. 문득 떠오른 마법 주문을 외쳐본다. 통하려나?
“까까?”
통한다. 역시 녀석에겐 까까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