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보는 고양이 중에 삼색이가 있다. 삼색이는 확률상 암컷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다른 두 녀석은 수컷임을 확인했다. (땅콩을 확인했음. 엣헴.) 고양이 암컷은 보통 보수적이고 까칠하며 조심성이 많다고들 한다. 영역을 확보해서 새끼를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좀 다르다. 녀석이 등산객들에게 삥을 뜯는 방법을 보자. 서 있는 사람에겐 접근하지 않는다. 대신 앉은 사람 근처에 다가간다. 이들은 대개 정상에서 먹을 걸 꺼낸다는 걸 경험상 파악한 듯하다. 그리곤 바로 앉아서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람들이 귀여워서, 또는 어이없어서라도 먹을 걸 나누어준다. 대담한 건 이 과정에서 녀석은 몸을 전혀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치도 안 본다. 물만 주는 사람, 먹을 게 없는 자에겐 되레 눈치를 준다. 꼼짝도 하지 않음으로써. 어이, 쓸만한 것 좀 내놔보슈. 다른 목표물이 생기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쓸만한 게 없어? 그럼 양념으로 부담감 잔뜩 처먹고 확 체해라! 어차피 산에서 내려가면서 소화시킬 테니 문제 될 거 없다는 태도.
내가 산꼭대기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 내게서 가장 많이 삥 뜯은 고양이. 이제는 손가락을 내밀면 코뽀뽀 정도는 옜다 하며 갈겨주는 고양이. 닭가슴살을 3개나 챙기고서도 내 뒤를 졸졸 쫓아와 기겁하게 만든 고양이. 이 정도로 뻔뻔하고 당당하면 다음 생에 인왕산 산신으로 환생할지도 모르겠다. 호랑이 없는 세상에 고양이가 왕 노릇을 한다고 뭐 대수겠나. 그렇게 살아남는 거다. 그렇게 살아서 그 꼭대기가 네 영역임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알리면 되는 거다. 근데, 우리 집 고양이는 벌레도 못 잡는데 너는 좀 잡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