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월요병 하면, 뭔가 꼭 피곤해야 할 거 같고, 4월은 잔인한 달 하면, 뭔가 안 풀리는 일이 있어야 할 거 같고. 그래서 40대 후반 아저씨 한 명과 50대 초반 아저씨 한 명이 어린이 대공원에 출몰하게 됐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흐음...
평일 아침 9시. 대공원 놀이동산 근처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아침 식사 시작. 다행히 이날은 더위가 살짝 비껴갔다. 까치를 벗 삼아, 운동 나온 동네 사람들의 시선을 등판으로 막아내며 꿋꿋하게 아침밥 해결. 슬슬 놀이동산으로 들어가 보지만 좀 뻘쭘하다. 10시, 시작하자마자 입장한 탓에 손님은 아저씨 둘 뿐. 놀이동산을 전세 내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처음 탄 건 드롭타워. 40대 아저씨는 조금 젊다고 비명을 지르고, 50대 아저씨는 아찔함과 뻘쭘함의 경계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두 번째 도전은 패밀리코스터. 탑승자는 역시 둘 뿐. 일하시는 분도 둘. 일 대 일 전담 서비스를 받으며 황송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하지만 황송함도 잠깐, 출발하자 속도감과 낙차에 온몸이 짜릿해진다. 롤러코스터로 뻘쭘함을 날려 보내고 범퍼카로 돌진. 아저씨 둘이 민망한 추격전을 벌인 후 그다음 코스로 회전 그네를 선택한다. ‘별거겠어?’ 싶었는데 ‘별거’였다.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던데다 한 방향으로 1분가량 휘둘리다 보니 달팽이관이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한다. 멀미 시작. 놀이기구를 타다 멀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백 년을 살고 나서 알게 되다니! 세상 지식은 정말이지 한도 끝도 없어라. 흠. 그래서 50대 아저씨는 더 이상의 놀이기구 체험은 포기. 체력 좋은 40대 아저씨는 매직스윙, 슈퍼점프, 슈퍼바이킹을 연달아 도전한다. 젊은 것. 쳇. 하지만 인간 탈곡기 수준의 슈퍼점프 탑승으로 원 없이 웃게 해준 살신성인에 감동해 그 젊음은 가볍게 무시해 주기로 한다.
대공원 내 카페를 거쳐 동물원을 끝으로 두 아저씨의 일탈은 끝을 맺는다. 일탈의 끝을 장식한 건 이벤트 담당 직원의 한마디. ‘아버님, 이쪽으로 오셔서 그림 한 번 그려보고 가세요.’ 두 아저씨는 결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아버님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 내년 5월에는 자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