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없다. 예전엔 안 그랬었는데 언젠가부터 햇볕이 없는 날엔 우울해진다. 20대엔 이런 날씨를 오히려 좋아했다. 난 어둠의 아이야. 그런 낯간지러운 생각도 했던 거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객기 같아서 픽 웃게 하지만, 그 객기 또한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일부분이라 무시할 수만은 없다. 이런 날은 나만 우울한 게 아니다. 햇볕을 좋아하는 고양이 역시 축 늘어지기 일쑤다. 괜히 힘이 없고 오갈 데 없어 보인다. 흑임자 인절미처럼 바닥에 촤악 퍼져 있다. 맹수라며 객기를 부리던 녀석인데 이럴 때 보면 하찮기 그지없다. 녀석이 흑임자 인절미라면 나는 뭐가 되면 좋을까? 그런데 하필 그 타이밍에 고양이의 하얀 각질이 눈에 들어온다. 건조해서 올라온, 검은 털 위에 하얀 가루 같은. 불현듯 떠오르는 한 가지. 콩고물. 인절미엔 콩고물이지. 고양이가 인절미면 집사는 콩고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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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더 우울해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