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님이 스물다섯살이라는 걸 자꾸 잊을 만큼 문장에서 연륜이 느껴진다.
짧은 호흡의 글만 읽다가 오랜만에 긴 글을 읽으니 힘드려나 했다.
그런데 푹 빠져서 장 넘기는 게 아쉬웠다.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기 라거나 괜찮아 시리즈 같은 건 누구나 할 법한 위로 같아서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작가님의 진솔한 사연으로 이루어져서 진짜 괜찮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힘든 시기를 지나온, 혹은 지나가고 있을 작가님이 또 용기를 내서 책을 내줬으면 좋겠다.
프롤로그에 웃기고 슬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는데 책이 딱 그랬다.
무작정 웃기도 그렇고 무작정 울기도 이상한 책이었다.
인생을 이만원도 안 주고 본 것 같아서 괜히 죄송스럽다.
나와는 한참 떨어진 곳에서 나이도 다른 사람인데 이상하게 비슷한 점들이 많이 있어서 놀랐다.
친구에게도 추천했는데 친구도 그렇다고 해서 참 묘한 책.
한 차례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포기한 열셋의 결정 덕분에 세상이 호락호락하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글을 그만두겠다고 선포한 당일에도 구름은 흐르고, 펜을 부러뜨린 다음 날에도 아침은 여전히 찾아오겠지.- P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