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를 인간의 도구로만 이해하거나 인간과 기계를 대립관계로 생각 하는 사람들은 많건 적건 인간주의 humanism 또는 인간중심주의를 고수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 앞에서 인간주의에 호소하는 방향이나 관점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인공지능과 로봇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보편적 인간을 도덕성의 기준으로 삼는 일반적인 이론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여러 각도에서 서술할 것이다.
인간은 선한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얼마든지 악한 행위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일반적으로 도덕적 주체라고 전제하는 것은 어떤 철학적, 도덕적 근거도 갖지 않는 공허한 말이다.
나는 ‘인간 강화가 인간 본성을 파괴할 것이라는 비관주의도 거부하지만, 기술적 발전이 전적으로 인간을 위한 도구로이용될 수 있다는 낙관주의에도 가담하지도 않을 것이다. 인지 시스템이 발전하는 순간 인간이 이미 일종의 사이보그로 존재했듯이, 현재와 미래에 인간은 얼마든지 과학기술을 통한 변형과 향상의 길을 갈 수 있다.
인간 강화가 수많은 형태로 등장할 과정 앞에서, 비관주의와 낙관주의사이에서 기우뚱한 균형을 잡는 노력과 솜씨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그 와중에 인간의 능력과 지위를 강화시키려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강한 인공지능의 등장과 발전은 역설적이지만 그것의 대표적인 예이다. 왜 역설적인가?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위한 기계와 도구로여겨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지능과 능력을 강화시키는 시스템과 네트워크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여러 관점에서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다루는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분산된 지능 시스템의 가장 발달된 형태로서, 인간 지능이 전통적인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가도록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잉여가 되는 복합적인 사건들이 일어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