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역설로(櫟說路)
  • 고기로 태어나서
  • 한승태
  • 16,200원 (10%900)
  • 2018-04-27
  • : 4,539
책을 다 읽고나서
저자가 책의 맨 앞장에 써 놓은 의미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취약한 생물이고
인간들은 바로 이 취약함을 공유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희망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취약함을 부정하기보다는
받아 안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의 취약함을
완전히 인식하고 있을 때
또렷하게 분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나의 몸과 마음을 생성하는 것들은 모두 남의 목숨을 빼앗아 이룩한 것이다. <생명에서 생명으로>를 읽었을 때, 인간은 죽고나서 자신의 몸조차 자연으로 되돌려주지 않고 또다시 에너지를 잔뜩 소비하며 태워버린다는 사실에 참 몸서리쳐졌다. 끝없이 먹어치우면서 결국 자기 몸조차 내주지 않는 극도의 자기애. 지구상에서 나 못먹는 거 남도 못먹게 심통을 부려대는 종자는 인간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나서는 이 세계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분별력" 없는 세계가 돼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찌기 맑스가 지적했던 상품사회의 미래가 이렇게 펼쳐져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고 말은 하지만 누구나 욕망하는 비천하고 끔찍한 세계.

이 책은
단순히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이 아니라,
동물들이 얼마나 학대받고 있는지 "고발"하는 책이 아니라,
상품으로 태어난 닭"고기"와 돼지"고기"와 개"고기"의 "삶"과, 상품으로 태어난 그들을 길러내느라(만들어내느라)망가지는 노동자의 성품을 너무나 적나라하고 때로는 시니컬하게 보여준다. 한편에서 빵터지게 웃고, 한편에서 그가 말하는 온갖 악취가 전해지는 것 같아서 역겨움을 느끼게 한다. 그가 차마 비틀지 못한 병아리 목의 촉감이 전해지고, 말할 수 없는 악취가 풍겨오는 것 같고, 상품이 되지 못한 어린 못난이들이 모두 "살처분"되는 공포가 전해지는...글을 통해 내 몸에서 오감이 살아나는 물질적인 충격이었다.

이런 책 좋다. 신영복 선생이 감옥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전해 들으며 느낀 감동 비슷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고, 미처 의심하지 못한, 버젓이 존재하지만 나에게 존재하지 못했던 세계가 나에게로 훅 밀고 들어와서 내 가슴 위에 돌을 얹고 내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책들....역사와 철학을 매끈하게 다듬어 "상품"으로 진열하는 친절한 책들 싫어한다. 책을 읽어 상처입지 않고, 고통스럽지 않다면 좋은 책이 아니다.
<고기로 태어나서>는 저자 한승태가 피로 쓴 책이다. 그의 책을 읽고 나의 취약함을 알고 나의 분별심도 더 또렷해지기를..그의 얇디 얇은 독자층의 한 겹이 되어야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