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통령에 KBS사장 해임권”
입력: 2008년 08월 22일 22:43:00
ㆍ정연주 前사장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기각
ㆍ“임명엔 해임 포함… 이사회 결의는 행정소송서”
법원이 KBS를 상대로 해임 제청 이사회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정연주 KBS 전 사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윤성근 부장판사)는 22일 KBS 이사회의 (신임) 사장 공모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정 전 사장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현행법상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법원이 정 전 사장의 해임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서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준 첫 판단이어서 향후 본안 소송 결론이 주목된다.
재판부는 가처분 결정임에도 사건의 핵심 쟁점들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결정문에 명시했다.
재판부는 현행 방송법상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KBS 사장에 대해 대통령이 ‘임면한다’에서 ‘임명한다’로 표현이 변경됐지만, ‘임명’은 통상 해임을 포함하는 개념이고 해임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별도 규정이나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권을 배제한 취지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13일 정 전 사장 후임 사장의 공모를 의결한 이사회의 회의 장소가 갑자기 변경됐지만 정 전 사장의 해임에 반대하는 이사 4명을 고의로 배제해 이들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지난 13일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정 전 사장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전 사장이 함께 제기한 이사회 해임제청 결의의 효력정지 및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은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사회 해임제청 결의의 효력과 집행은 이미 대통령의 해임처분에 흡수돼 법률상의 이익이 없다”며 “이 부분은 행정소송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각하 사유를 설명했다.
정 전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된 데 이어 이번 가처분 신청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아 한층 불리한 처지에 서게 됐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해임무효 본안소송은 다른 재판부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결과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영흠·유정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