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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미님의 서재
  • 시의 언어로 지은 집
  • 허서진(진아)
  • 16,200원 (10%900)
  • 2024-01-10
  • : 317

나는 이 책의 “제 1부”가 가장 마음에 든다. 어떻게 일상과 문법을 이렇게 연관지어 설명할 수 있는지. 이건 아이를 키우는 국어 선생님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이 마음에 쏙쏙 들어오며 내가 쓰는 부사가, 조사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쉽게, 마음에 와닿게 시를 설명해주는 국어선생님에게 시를 배우는 아이들은 어떤 기분일까. 익숙한 시를 보고, <은는이가> 시집을 장바구니에 담으며 오랜만에 학창시절 시를 좋아하던 마음이 살아난다. 책 전체가 이렇게 다정하게 국어 문법을 설명해주는 책이라면, 그런 책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부분들은 주로 저자의 육아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아이가 이제 초등 4학년인 나에게 그런 내용은 이제 지난 과거의 일처럼 멀게 느껴져 큰 감흥이 없었지만, 각 장마다 소개하는 시가 참 좋다. 이렇게 좋은 시를 소개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참 좋다. 유용선 <그렇게 물으시니> 를 읽으며 나는 지금 현재 온전히 사랑하고 있나 생각하고, 도종환 <깊은 물>을 읽으며 내 마음의 얕음을 가만히 바라보고, 정희성 <민지의 꽃>을 읽으며 꽃이야, 하고 말하고 싶어진다. 오은 시인이 추천사에 “’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발 벗고 나서서 알리고 싶은 책이다.” 라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말이 참 공감이 되었다. 이 책 속의 시가 내 마음을 봄바람처럼 흔들어 놓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문법적으로만 보면 부사어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가요? 우리가 더 궁금한 것은 바다가 ‘얼마만큼’ 좋은지, ‘왜’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 같은 것들이 아닌가요? 그런 말들이 상대와의 대화를 더 깊이있게 만들고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하지 않나요?- P40
당신은 당신 뒤에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
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

강’이’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하면서 달려가는 강을 불러 세우듯
구름이나 바람에게도 그러하고
산’이’하면서 산을 풀어놓고
산’은’하면서 산을 주저앉히듯
꽃과 나무와 꿈과 마음에게도 그러하다

당신은 사랑’이’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
나는 사랑’은’하면서 바람을 가둔다

안 보면서 보는 당신은 ‘이(가)’로 세상과 놀고
보면서 안 보는 나는 ‘은(는)’으로 세상을 잰다

당신의 혀끝은 멀리 달아나려는 원심력이고
내 혀끝은 가까이 닿으려는 구심력이다

그러니 입술이여, 두 혀를 섞어다오
비문의 사랑을 완성해다오

정끝별 <은는이가>- P48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김애란, <두근두근 내 인생>-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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