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아이고 바트의 ‘웰컴투 동’은 구체적인 서울의 모습을 화면에 담는다. 깊이 없고 비슷비슷한 여행 콘텐츠들이 넘치는데, 작은 행정 구역을 통해 서울을 들여다 본다는 점이 참신해서 흥미로운 시리즈다. K팝과 K드라마로만 한국을 알고 있는(오해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게 찐이라면서 종종 추천해 주기도 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점은 괴상한 국뽕없이, 진지하게 한국 사회와 문화를 궁금해하고 존중하는 태도. 그런 사람이 쓴 북한 여행책이라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바트는 아버지와 새해를 북한에서 맞이하는 투어를 떠났다. 지도상에서는 손 한마디 거리를, 하루 이상의 시간을 써 도착하는 시작부터 빡쎈 여행. 하면 안 된다는 온갖 제지와 제약. 불편하고 추운 호텔, 관광지에서 느껴지는 조심스러움과 어색함. 서로 다른 생각에 의문을 표현할 수 없는 투어… 일반적으로 여행, 이라는 단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모든 게 ‘북한’이라는 한마디로 설명이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의 재미가 있다.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도 바트는 최대한 실체적인 여행을 하려는 게 느껴진다. 빡빡하면서도 모호한 규칙 사이에서 바트는 종종 약간의 대담한 행동을 시도하는데, 유튜버로서 어그로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소한 대담함이 없었으면, 이 책은 뻔한 내용이었거나 터무니없이 얇아졌을 것이다. 참, 북한 여행책은 대부분 번역서이고, 한국인은 북한을 여행할 수 없으니...이 책은 한글로 나온 최초의 북한 여행책 아닐까.
2018년의 남북정상회담마저 전생처럼 느껴져서 언젠가 북한 여행이 가능한 날이 올지 모르겠다. 솔직히 전쟁이나 안 나면 좋겠다. 자유로운 여행은 못 해도…문화재 발굴이나, 문화 교류는 제한적이나마 의지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그러면 옥류관 평양냉면 밀키트 같은 것도 살 수 있고 얼마나 좋아. 나도 찐 평양냉면 먹어보고 싶다고.
(*도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고 쓰게 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