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 의 책은 처음 접해본다.
제목이 마음을 끌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제목만 접했을 때는 식상하게도 어려운 형편의 소녀가 굳게 일어나 역경을 헤치며 나아가는 모습을 생각했다.
로즈는 장학생인 것을 제외하면 생각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평범하게 보여진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과 상황에 대한 시각이 섬세하다라는 것일까. 거친 학교생활, 어려운 가정형편, 여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 그리고 굴복하고 적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회의, 충동,상실감등이 가슴을 콕콕 찌르는 데도 화자는 사는 게 다 그렇다며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런 이야기 방식이 비꼬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격한 감정은 배재되어있다.
같은 여성으로서 가족이 로즈를 대하는 태도, 패트릭을 포함한 남자들이 그녀를 대하는 행동등을 볼 때 분노가 일기도 하지만 그것또한 그들은 '남자이기때문에 가능하다' 라는 이야기만 남길 뿐이다.
"누군가가 어떤 사람을 원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안에 무엇이 있어서인데, 자기 안에 그것이 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것인가?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아내, 애인, 하고 생각을 했다. 그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말들. 그 말들이 어떻게 자신에게 적용될 수 있을까? 그것은 기적이었다, 실수였다. 그것은 그녀가 꿈꿔온 것이었다, 그녀가 바라지 않는 것이었다" -147p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그 말들에는 여자로서의 순종이 들어가 있는지도 모른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가정을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로 살기위해선 포기해야할 수도 있는 그 온화하고 사랑스러운 말들. 가정을 이루기 전 로즈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21세기를 사는 현재도 많은 여성들은 이런 고민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앨리스 먼로의 글에서는 갈등하는 한 인간의 마음이 서로 다른 말로 반복적으로 보여지며 그 이야기들은 직접적으로 하지않아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화법이 처음 읽을 때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으나 점점 작가의 화법에 녹아드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면서 설득하려고도 하지않고 질문도 아니면서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라는 그녀의 말이 작은 돌에서 점점 커지며 가슴속에 가라앉는다.